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21세기 네로,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의 경제는 문제가 많지만 고칠 수 없는 병은 아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정치 시스템은 정말 문제가 많다. 이탈리아의 정치 시스템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을 망가뜨리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주체는 여러 명이다. 이탈리아의 다양한 이익 집단들은 그들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문을 열어 놓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지도자는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 협력하기보다는 파업을 하는 것을 선호했으며 이탈리아의 부자들은 탈세에 능하다. 또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조직적 범죄를 방조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있다. 그는 마치 로마를 불태웠던 네로와 닮았다. 그가 이끄는 중도 우파 연립정부는 현재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이탈리아 정부가 공공재정 지출과 경제 성장률 개선을 포함한 과감한 구조적 개혁을 약속했다면 이탈리아가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부로 빠져드는 것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연정은 의견 충돌을 보였고 결국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의무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할 필요성을 느꼈고 대재앙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의 빚을 떠안았다. 현재 이탈리아의 단기 국채 수익률은 8월 초의 위험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ECB는 난처한 입장이다. 베를루스코니가 약속했던 경제개혁을 이행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14일 이탈리아 하원에서 통과된 지역 공공 서비스의 축소나 국유 자산의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등과 같은 재정 강화정책은 여전히 문제가 많다. 이들 정책은 국민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세금 부담을 안겨주고 있으며 공공지출 삭감과 관련된 대책은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의 높은 세율과 사회보장연금 비용은 이탈리아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 정치권이 통과시킨 개혁안은 이 같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경제와 재정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장률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18년 가까이 총리로 집권하는 동안 이탈리아 경제에 다가왔던 수많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제 이탈리아에는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베를루스코니의 결단력 없는 지도력은 이제 끝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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