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적대적 M&A "신경쓰이네"우호주주세력 확대, 방어지분 마련, 주가 높이기도 적극
정부가 적대적 기업인수 및 합병(M&A)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을 마련함에 따라 기업들이 지분관리, 방어지분 확보 등 대비책 마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적대적 M&A의 표적이 될 경우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보다는 소모적인 지분 경쟁에 휘말려 기업 경영권을 방어한다해도 수반되는 직·간접적인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 계열 대기업들의 경우 대주주 지분이 낮고 재무구조가 우량해 업종 내 생존경쟁력이 높아 적대적 M&A의 요구조건을 고르게 갖췄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우호 주주세력 확대=기업들이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자사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사 주가 수준이 매우 높아 자금부담이 크거나 아니면 주식을 매입할 자금여유가 없어 기존 주주들의 로열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우호주주 세력을 확대, 확보하기 위해 주주우선 정책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공감하고 있다』며 『계열사 단위의 재무팀을 중심으로 주주이익을 위한 다각도의 경영전략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 역시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에 대한 안정 지분을 조기에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최근 구본무(具本茂) 회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LG전자 및 LG화학에 대한 개인 지분을 크게 늘리기로 한 것은 안정적인 지분을 통해 정상적인 기업경영에 몰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具회장을 비롯한 주요주주들의 지분 확보 시기가 좀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가 수준 높인다=일부 기업들은 또 적대적 M&A에 들어가는 비용을 높임으로써 M&A 시도를 원천봉쇄, 주가관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치려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 상장기업들의 상당수가 주가 관리를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개최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증권거래소 등을 통해 오는 7월 예정으로 IR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S사 등 10여 곳에 달할 정도다.
송동근 노무라증권 이사는 이와 관련, 『최근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주주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IR 등을 통해 주가 관리에 나서는 사례가 상당히 눈에 띈다』며 『적대적 M&A에 대한 정부 정책이 확정되면 자사 주가 수준을 높이기 위한 대주주 및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기업들은 안정 지분 확보를 위해 은행 금전신탁이나 투신사 자사주펀드 가입, 정부가 조만간 허용할 M&A 펀드 등에도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형기기자KKIM@SED.CO.KR
입력시간 2000/06/2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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