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겉으로 보기에 죽은 것 같아도 때가 되면 싹이 터요. 사람도 의지를 포기하지 않으면 뭔가를 이룰 수 있지요." 올해 정년퇴임 한 와인전도사 박원목(66) 전 고려대 교수와 퇴임을 앞 둔 식물학자 윤경은 (64) 서울여대 교수 부부가 나란히 와인과 정원에 관한 책을 냈다. 박 전 교수는 '막걸리의 고려대'에 와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역. 2004년부터 그가 가르쳤던 교양과목 '포도주개론'은 600명의 수강생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였다. 그는 지난 2월 정년퇴임하면서 그 동안 학생들에게 강의한 와인 지식을 일반인에게도 알려주겠다며 책을 썼다. 아내인 윤 교수의 도움을 받아 쓴 책 '와인강의(김영사 펴냄)'는 와인의 역사, 종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담은 와인 개론서다. 박 전 교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와인 제조법도 담겨 있다. 박 전 교수 부부는 현재 2,500평 규모의 경기도 이천 농장에서 각종 꽃과 채소를 가꾸고 있다. 농장 가꾸기는 철저하게 분업으로 이뤄진다. 땅을 파고 식물을 심는 등 힘이 많이 드는 일은 박 전 교수가 맡고, 꽃에 물 주고 곁가지 치는 등 비교적 손쉬운 일은 윤 교수가 담당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고려대 대학원 시절. 박 전 교수는 마술을 익혀 윤 교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 전 교수는 식사 후에 동전을 먹어야 소화가 된다며 입에 동전을 넣는 척한 뒤 슬쩍 소매로 감추는 마술을 선보였다. 윤 교수는 이런 박 전교수의 유머감각에 반해 결혼을 승낙했다고 한다. 서로 논문을 검토하며 조언을 주고받던 신혼부부는 어느새 정원에 심을 작물을 상의하며 함께 꽃과 채소를 가꾸는 중년 부부가 됐다. 40년 동안 식물을 연구하며 키어온 윤 교수는 정원 가꾸기 비법을 담은 책 '우리집 정원 만들기(김영사 펴냄)'를 내놓았다. 저자는 초보자들도 쉽게 자신만의 정원을 꾸밀 수 있는 현장 노하우와 베테랑 정원사가 참고할 만한 고급 정보까지 총망라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