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5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영수회담 합의사항을 조속히 이행토록 각당에 지시, 원내총무·정책위의장 중심으로 후속대책 마련에 착수했다.여야는 양당의 공통 총선공약 이행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16대 국회 개원 이전이라도 가능한 한 빨리 구성, 가동하되 개혁입법도 처리키로 하고 금명간 민주당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과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정책위의장의 회동을 통해 구체적인 구성·운영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정책협의체와 관련, 이해찬 정책위의장은『여야간 이견이 있는 부분은 정책협의체 실무기구 등을 통해 조율해 나갈 방침』이라면서 『개혁입법안 외에 산불·구제역 피해지원 대책등 시급한 민생현안에 대해서도 여야간 협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가 총선을 겨냥해 마구잡이식으로 공약을 남발한데다 구체적인 재원마련 계획도 없어 여야 영수가 공약을 실천키로 합의했다 하더라도 공약실천률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권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개혁입법 처리도 총론에 동의했지만 각론에는 입장차이를 나타내 16대 원구성후 개혁입법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물론 금융실명제법의 경우 민주당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내년 부활로 지난 97년 12월 「IMF 위기극복」차원에서 정치권의 합의로 유보된 금융실명제 시행이 사실상 재개되지만, 여전히 가·차명계좌관리 등에 미비점이 남아 있다고 보고 보완작업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한나라당도 금융실명제법의 주요 개정방향이 「예금자 비밀보호 조항」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타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비밀보호법도 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긴급감청제도 폐지, 국가기관의 통신장비 구입 사전허가 취득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종전 개정안을 고수하기로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도·감청 방지 범위 확대 등을 제안, 여야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李漢久)정책실장은『도·감청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 제도 마련 등에 동의하면 관련법 개정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며 합의가능성을 시사했다.
부패방지관련법에 대해 민주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마약거래 자금, 뇌물 등 불법자금의 「돈세탁」 처벌을 위한 자금세탁방지법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반부패기본법안 등 15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되는 개혁법안을 원구성후 즉시 재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부패방지관련법 문제와 관련, 모법(母法)이 될 부패방지법과 공직자의 재테크 방지를 목적으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감사원법 개정 부정한 돈의 흐름을 방지할 수 있는 자금세탁방지법 제정 등에도 여야의 견해가 일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민주당은 반부패기본법의 특검제 상설화 주장을 반대한 반면 한나라당은 부패방지관련법 제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특별검사제 상설화문제는 일단 부패방지법 제정과 분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법의 경우 민주당은 인권위원회 위상과 관련, 민간 독립기구화한다는 정부·여당안에 인권단체의 반발이 심한 만큼 시민·인권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여론수렴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부당한 인권침해를 당한 국민을 보호하고 구제해야한다는 법률취지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이를 관장할 인권위원회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의 공통공약중 통신비밀보호법 등 입법화가 필요한 법안은 여야 공동발표문에 명시된 만큼 일부 기술적인 문제만 보완되면 여야합의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정록기자JRYANG@SED.CO.KR
입력시간 2000/04/25 17: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