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소비자를 고객으로 만드는 기본

김진형 남영비비안 대표이사


기업에서는 '소비자(consumer)'와 '고객(customer)'이라는 단어를 섞어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 둘은 차이가 있다. 소비자는 일반적인 소비의 대상을 뜻하고 고객은 기업의 입장에서 실제 자사 제품을 구매하거나 구매의향이 있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고객보다 더 넓은 불특정 다수를 지칭하는 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고객은 넓은 의미의 소비자에서 시작된다. 고객을 의미하는 'customer'라는 단어는 관습이나 습관을 뜻하는 'custom'에서 유래했다. 즉 과거 경험에 의한 습관적인 구매를 통해 소비자에서 특정 브랜드의 고객으로 바뀌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를 고객으로 이끄는 데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습관적으로 찾게 만드는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를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매우 단순했다. 비슷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기를 원하며 손에 넣은 제품이 튼튼하게 오래가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마케팅 활동도 이러한 점에 초점을 맞춰 단기간의 할인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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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오늘날 소비자들이 기업에 기대하는 것은 이같이 단순한 요소가 아니라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다. 내가 비용을 내고 제품을 구매할 때 기대했던 것들을 해당 브랜드가 얼마나 충족시켜주는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세대와 관계없이 어떤 소비자든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기대하는 심리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브랜드를 다시 찾는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브랜드의 가치라는 것은 '양'보다는 '질'에 가깝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기본에 충실한 가치여야 한다. 다양한 변화로 충만한 사회지만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기본'이다. 기본을 지켜야 성공한다는 법칙은 현재도 유효하다. 지켜야 할 소중한 기본 중 하나는 바로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필자가 경영하는 남영비비안은 지난해부터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고객과 바로 맞닿아 있는 현장인 매장에서 직접 고객 불만을 빠르게 해소하도록 노력했더니 문제도 한결 수월하게 풀렸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하반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받기도 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면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알게 되고 기업이나 브랜드가 가져야 할 가치에도 바람직한 변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막아버린 기업은 변화에서 뒤처져 이미 썩기 시작한 고인 물과 다름없다. 시장과 소비자보다 한발 빠른 변화가 기업이 갖춰야 할 덕목이 된 후 주위를 돌아보면 변화를 위한 변화에 애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소홀히 다루고 있는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이 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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