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를 측정할 때의 주행거리를 현재 기준보다 대폭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연비 측정 전의 주행거리를 6,400㎞로 잡고 있는 미국식을 준용하겠다는 것이다.
30일 지식경제부와 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자동차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추가 대책으로 연비측정 방식의 변경 등을 담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연비 측정방식은 측정 때의 평균 시속이 47.7㎞인 점에서는 미국과 같다. 하지만 측정 전의 주행거리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측정 전의 주행거리가 6,400㎞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신차 상태인 주행거리 160㎞에서 측정이 이뤄진다.
신차가 더 연비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비슷한 수준의 연비라 해도 사전 주행거리가 짧은 우리나라의 측정방식에서 수치상으로 더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오는 2015년 이후 승용차 연비를 갤런당 39마일(16.6㎞/ℓ)로 높이고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벌금을 물릴 계획인 만큼 연비가 더 좋은 방식으로 측정하는 게 유리하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 자동차를 많이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유사한 측정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연비 기준을 강화하더라도 측정수치를 국제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연비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 4일 경기도 용인의 에너지관리공단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간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미국은 물론 일본을 따라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편 2015년 이후 적용될 자동차 효율규제 기준에서 연비와 온실가스를 모두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연비가 우수한 자동차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게 마련이지만 사용연료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시장에도 수출해야 하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유럽연합(EU) 기준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U는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당 평균 130g 이하로 낮추고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도 2015년부터 연비규제 외에 온실가스 배출을 3분의1가량 줄이도록 한 점이 우리 정부가 연비ㆍ온실가스의 동시 규제를 추진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7월6일 열리는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되 자동차 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