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다른 사연을 가진 기러기가족

필자 주변에는 남다른 사연을 가진 기러기 가족이 있다. 첫번째 사연은 A씨. A씨의 부인과 두 자녀가 얼마 전 캐나다에 갔다. A씨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가 된 것이다. 주변에서는 중학생인 큰 아이의 영어교육 때문이려니 하고 있다. 이게 뭐 화제가 될 만한 일이기나 한가. 그런데 캐나다행의 진짜 이유는 둘째 아이 때문이었다.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는 소아당뇨병으로 때때로 수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당연히 부모가 학교에 찾아가 아이의 병을 알리고 개별 보살핌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학교의 실질적인 도움은 거의 받지 못했다. 아이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이상한 병에 걸렸다고 놀림과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고통이 병으로 인한 고통보다 더 심각한 고통이 됐다. A씨는 학교에 아이의 병을 말한 것이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아이의 병을 다른 아이들에게 알린 계기만 되지 않았나 하는 고통스러운 마음을 갖게 됐다. 결국 A씨는 아이 엄마와 아이들을 캐나다로 보내는 길을 택했다고 한다. B씨는 기러기 아빠의 처지를 최근에 벗어난 경우다. B씨는 오랜 외국생활을 청산하고 얼마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외국에서 낳은 늦둥이의 학교생활 때문에 보통 고민이 아니다. 귀국해서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간 아이가 급우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이다. 혈액형이 AB형이라는 것이 왕따의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요즘 애들 중에 AB형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왕따의 이유도 참 어이가 없지만 개인정보인 아이의 혈액형이 그렇게 막 알려진 사실도 B씨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는 지금 기러기 가족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를 엄마와 함께 외국으로 보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A씨나 B씨 같은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영어교육이 사회문제다. 하지만 이런 경우 우리나라 영어교육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아이들이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 공교육 정상화 방침이 기러기 가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진 적이 있었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기러기 아빠, 펭귄 아빠라는 별칭이 있는 이산가족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영어몰입교육의 필요성을 ‘기러기 아빠의 아픔 해소’라고 언급했었다. 이에 한 가수는 “기러기 아빠들이 가족과 찢어져 아픔을 절절히 느꼈다고 하는데 시장 바닥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의 아픔은 모르고 부인과 자식 유학 보낸 사람들의 아픔은 아느냐”라고 했다. 엄격히 말해 기러기 아빠들은 본인들이 그런 인생을 선택한 것이고 본인 돈으로 그렇게 선택했다는데 뭐가 그렇게 가슴 아프냐고 주장한 것이다. 이 같은 견해에 뭐라고 말을 더 보탤 뜻은 없다. 다 나름대로의 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어 때문만은 아닌, 또 다른 사연의 기러기 가족을 양산하는 현실에도 눈을 돌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 영어 공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를 해결하는 것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영어문제만 해결된다고 우리 교육현장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처지의 학생에게 학교와 친구들의 따뜻한 배려와 보살핌이 충만한 교육현장을 만드는 것도 꼭 이뤄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의 192개 국정과제 중에는 “영어공교육 완성”과 함께 “바른 인성책임제”가 포함돼 있다. 이명박 정부 5년이 교육의 모든 분야에서 발전적 변화의 기간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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