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선진국인(人)다움

박용선 <웅진코웨이㈜ 사장>

여행의 즐거움은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듣는 데 있다. 새로움은 우리의 풍물과 다른 경이(驚異)와 신비를 담고 있다. 여행에서는 ‘이런 것은 이래서 우리와 다르구나, 저런 것을 해도 되나’하는 호기심과 함께 또 다른 깨우침을 얻어 견문을 넓히게 된다. 지난 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가 시행된 후 우리의 의식은 놀라울 만큼 많이 변화해왔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짐이 줄어들고 행동도 조심스러워졌다. 그동안 익힌 견문과 함께 의식의 변화에 따른 결과다. 그만큼 우리 상품의 질이 좋아졌다는 확신과 생활이 윤택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윤택한 생활은 사람의 성정(性情)을 너그럽게 하고 점잖게 하는 충분조건이 된다. 해외여행 첫 실시 후 몇 년은 힘들었던 지난날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그에 따른 잡음으로 ‘국제적 망신’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해외여행 자유화의 입문에서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씁쓸한 자위와 함께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에 공감도 했다. 그러나 16년에 걸친 해외여행 자유화에 많은 수업료를 지불하고 새는 바가지를 꿰맨 결과가 견문의 넓힘과 의식의 변화다. 해외에서의 추태가 심심찮게 보도되지만 대부분의 여행객은 그곳의 규칙을 따르고 많은 곳을 보고 느끼며 돌아온다. 그러나 해외에서 돌아오면 제자리로 환원되고 만다. 국제적으로는 신사인 체 하면서도 우리 사회 안에서는 남이 안 본다고 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를 예사로 안다. 자기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해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규제돼야 한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 상황이 다르지 않냐는 강변이 더 이상 통용돼서는 안된다. 우리의 정서는 무질서와 무책임에서 비롯된 저급한 것이 아니다. 가까운 횡단보도를 두고도 무단횡단 하는 어른들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율을 배울 수 있는지 모르지만 질서는 배우지 못한다. 그것이 자율이라 느껴도 방종으로 흐르기 쉬운 해이함일 뿐이다. 어미 게나 새끼 게는 똑같이 옆 걸음을 친다. 보고 배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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