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한 부문이 어디인지 자문해보면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의 KOSPI200 선물 및 옵션이 바로 떠오른다.
지난 96년 5월 우리나라 최초의 파생금융상품인 KOSPI200 선물이 도입됐다. 우리 파생상품시장은 이미 70년대부터 활성화돼온 선진시장에 비해 후발주자로서의 약점과 선물시장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부족 등을 극복하고 비약적 성장을 기록, 세계 유수 시장과 비교해 전혀 손색없는 거대한 시장이 됐다.
99년부터 거래량 기준 세계 1위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KOSPI200 옵션시장과 지난해 말 현재 세계 5위의 KOSPI200 선물시장을 합치면 KRX는 파생상품 거래량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라선다.
국제결제은행(BIS)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세계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세계 2위인 독일의 EUREX와 3위인 미국의 CME에 비해 2~3배의 거래량을 자랑하며 KOSPI200 선물 및 옵션을 대한민국의 명품 브랜드로 키워낸 KRX의 성과에 힘찬 격려와 성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같은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성공비결은 97년 말 당시 현물시장의 폭락을 경험한 후 환율ㆍ금리ㆍ주가 등 현물시장의 위험관리 및 대체투자수단으로서의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시장의 발전은 현물시장의 동반 성장을 유도했고, 현물시장의 활성화는 파생상품의 발전을 가져오는 선순환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또 최근에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기관투자가 및 외국인투자가의 거래비중이 증가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단순한 투기 중심의 거래에서 위험관리를 위한 헤지거래로의 연착륙과 함께 질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투자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도개선 및 안정적인 전산 인프라 구축으로 신뢰를 갖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세계 상위권의 성공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생상품시장은 투자자에게 파생상품의 유용성을 인식시키고 선물옵션을 이용한 헤지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개발을 촉진시켜 국내 금융시장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KRX 출범 후에도 외국인투자가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볼 때 투자자의 신뢰감이 커진 것으로 보이며 KRX가 국제금융센터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는 국제지명도를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KOSPI200 선물시장 개설 10주년을 맞아 우리 파생상품시장의 세계적 성장세에 자부심을 느끼며 향후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 과제들이 성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첫째, 거래부진품목의 거래활성화를 통한 균형 있는 시장의 육성이 시급하다. 현재 KRX에 상장돼 있는 상품 중 KOSPI200 선물 및 옵션이 거래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KOSPI200 상품 외에 다양한 상품의 상장 및 거래활성화가 필요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의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재 거래가 부진한 개별주식옵션시장의 활성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아울러 국채선물 및 통화선물 등의 경우 성장성이 매우 큰 상품이므로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을 통한 잠재수요 확충이 요구된다.
둘째, 투자자의 필요(needs)에 부합되는 다양한 신상품 제공이 필요하다. 현재 KRX의 상장상품 수는 총 12개로 EUREX의 108개, CME의 146개, CBOT의 56개 등 해외 선진거래소에 비해 미흡하며, 특히 일반상품 분야는 금선물을 제외하고는 상장상품이 없는 실정이다. KRX는 코스닥시장 투자자에게 위험관리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스타지수선물을 도입했다. 앞으로도 지수ㆍ금리ㆍ일반상품 분야에서 다양한 파생상품을 조속히 개발하고 상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셋째, 새로운 개념의 신상품 도입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은행ㆍ증권ㆍ선물 등 금융기관별 고유의 업무영역을 없애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시 파생상품의 개념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날씨ㆍ부동산ㆍ신용파생상품 등에 대한 신상품 도입이 가능할 것이며 금융기관간, 장내외 상품간 경쟁도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CME 등 해외거래소의 경우 이미 신종 파생상품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KRX도 신개념의 신상품 도입 준비작업에 바로 착수해 국제적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세계 1위의 종합 파생상품거래소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