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EU신규가입] 세계 최대 단일경제권 떴다

1,600여년만에 로마제국의 영광을 재연하려는 꿈이 실현될 수 있을 까. 서 기 395년 로마제국이 동ㆍ서 로마제국으로 갈린 후 유럽은 20여개국으로 나뉘어 대립과 갈등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이제 유럽국가들은 유럽연합(EU)이라는 한 깃발아래 뭉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을 만 들어 나간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오는 5월 1일 유럽연합(EU)에 10개국이 새로 가입하면서 회원국 수가 25개국으로 늘어난다. 신규 가입국은 슬로바키아ㆍ슬로베니아ㆍ체코ㆍ폴란드ㆍ헝가리 등 동유럽 5개국과 라트비 아ㆍ리투아니아ㆍ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 지중해 연안의 몰타ㆍ키프로스등이다. 특히 EU 확대는 2차 대전이후 냉전구도 아래 동유럽과 서유럽으로 분열된 유럽이 평화적으로 통합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유럽 경제권의 대도약=10개국이 동참하면서 EU의 면적은 25%나 확대되고 전체 인구도 3억8,000만명에서 20% 늘어난 4억5,500만명으로 세계 최대의단일 시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총 GDP(국내총생산) 규모는 10조4,000억달러를 기록해 미국(10조6,000억달러)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교역규모는 EU가 2조3,000억달러로 미국의 1조9,000억달러를 앞선다. 신규 10개국 이외 에 불가리아와 루마니아가 2007년 가입 예정이고 터키도 내년부터 세부 일 정을 논의, 유럽의 ‘빅뱅’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 중국의 ‘팍스 시니카’ 등 다른 강대국들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낙관론자들은 유럽국가간 장벽이 사라져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 신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경제가 활성화되고 국제 무대에서 EU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확대로 현재 유로당 1.18달러 수준인 유로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동유럽의 저렴한 인건비를 노린 외국기업들의 투자가 늘 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로 동유럽 국가들은 시장 경제체제로 전환한 후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은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이 지역의 구매력 증대가 내수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특히 논란을 빚고 있는 유럽 헌법이 채택될 경우 경제적 통합에 이어 정치 적 통일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은 “EU는 단순한 경제 공동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경제성장을 확대하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평등을 전파하는 것이 EU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통합EU에 대한 과대평가는 경계해야=EU의 장미빛 전망에 대한 경계의 목 소리도 만만치 않다. 신규 가입 10개국의 평균 1인당 국민소득은 기존 15개국 평균의 40% 수준이다. 키프로스나 슬로베니아는 그나마 경제적 수준이 높지만 나머지 신규 가입국과 기존 서유럽 회원국간의 경제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동구 8개국 가입에 따른 경제 부양효과는 연평균 0.5~0.7%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유럽에서는 “왜 우리 재정으로 가난한 동유럽이라는 짐을 부담해야 하는가”라며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시장을 둘러싼 갈등도 만만치 않다. 중ㆍ동부 유럽 노동자의 임금은 서유럽 노동자의 20~2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기존 회원국들이 동유럽지역의 노동자 유입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자 신규 회원국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새로이 EU에 가입하는 동유럽은 기회의 땅이지만, 위험요인도 산적해 있다 . 동유럽 국가들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어 경제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뿌리 깊은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 폴란드나 체코, 슬로바키아가 직면한 재정적자 문제는 앞으로 금리 상승과 환율 불안 문제를 낳을 수 있다 . 기업과 정부의 유착관계나 뇌물 관행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들 국가의취약한 물류 시설도 투자 기업들에게 예기치 않은 비용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최원정 기자 abc@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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