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대륙에 그리는 '白衣민족' 정체성

대륙횡단 열차에 흰색 천 입혀 '민족 비전의 선' 표현<BR>설치미술가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올해는 꼭 해내고 말 것입니다” 지난 2001년과 2003년 미국 대륙횡단 열차 암트랙을 타고 그려내는 ‘움직이는 드로잉-영원한 민족 비전의 선’을 추진하다 경비문제로 좌절했던 설치미술가 전수천(사진)씨가 “오는 9월13일부터 22일까지 다시 그 프로젝트를 연다”고 밝혀 그 성사여부에 미술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설치미술가 크리스토가 독일 국회의사당을 천으로 쌓는 프로젝트를 20년 넘게 걸려 성사시켰다”면서 “5년여만에 이 프로젝트가 성사될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다. 이미 14량의 열차를 임대해 놓았기 때문에 올해는 꼭 이룰 것”이라 설명했다. 전씨의 프로젝트는 창문과 바퀴만 빼고 방염처리된 흰 특수천으로 감싼 열차를 타고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까지 5,500㎞를 열흘간 달리면서 미국대륙을 스케치북 삼아 흰색선의 그림을 그린다. 대륙을 가르는 흰색선이 보여주는 역동성, 자연과 동화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정신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열차 외부의 모든 것을 반사해 내는 강철과는 달리 열차를 덮은 흰색은 열차가 달리는 공간의 빛과 바람, 자연의 색채를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전씨는 “13여년전 뉴욕에서 작업을 할 때 이방인처럼 유색인종 화가로 살면서 키워왔던 미 대륙을 나만의 스케치 북으로 삼아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꿈을 현실로 옮긴 것”으로 “흰색은 진부하나 백의민족이라는 우리의 정체성과 여백이 내포하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열차 바깥의 독특한 공간체험의 틀에 의지한 채 미술관 밖의 미술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열차 렌트비용을 포함한 총경비는 13억원. 처음 기획단계에 30억원이었던 것을 두 차례 무산을 거치면서 아끼고 줄여 최종 확정한 액수다. 이제 협찬을 얻어 현재 3분의 2가 확보되었다고 한다. 전씨의 암트랙 횡단열차에는 관람객 50여 명을 비롯해 150여명이 동승해 초청석학 강연과 국악ㆍ재즈공연, 현대미술 관련 심포지엄, 영화감상 등의 행사를 펼치며 다양한 미적 체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동시대를 사는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인간과 자연, 역사, 문화 등을 놓고 벌이는 토론은 위성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반면 열차가 지나는 애리조나 사막에 365개의 모니터를 설치해 한국의 전통 선율을 배경으로 물에 비친 1,000 개의 달의 영상을 보여주려던 설치작업 '월인천강지곡'은 막대한 비용 문제 때문에 취소했다. 천씨는 올해 암트랙 횡단 프로젝트를 꼭 성사시킨 뒤 '월인천강지곡'도 재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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