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인화단결-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



어느 조직에나 지향하는 가치가 있다. 우리 공사도 60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답게 잘 다듬어진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4월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우리 공사의 임무와 사업 현실을 고려해 전임자 시절 정리한 가치체계를 굳이 바꿀 필요 없지 않냐고 생각했다. 3년 임기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될 때마다 가치체계를 바꾸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안팎에서 새로운 CEO의 경영 비전을 궁금해하고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주요 평가요소로 작용한다는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외부 기관의 컨설팅과 수개월에 걸친 내부 의견 수렴에 필자의 생각을 보태 지난해 10월1일 신가치체계를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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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의 새로운 비전은 '세계 5위의 조폐·보안 기업'이다. 필자가 방점을 둔 부분은 비전보다는 그 달성을 뒷받침할 핵심 가치의 설정이었다. 비전 달성을 위한 새로운 핵심가치로 '창의혁신·지속경영·인화단결'을 제시했다. 핵심은 '인화단결'이다. 이 가치는 30년 전 많이 주창되다가 진부한 덕목이라 여겨져 서랍에 묻힌 것이다. 이를 다시 꺼내 햇빛을 보게 한 것이다.

취임 후 몇 달 동안 자주 눈에 띄거나 들리는 우리 조직의 문제점은 반목과 갈등이었다. 어느 조직에서나 일정 정도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나 우리 공사의 경우는 무척 심각했다. 부서 간, 계층 간, 직종 간, 출신 지역 간, 노사 간에 노골적인 불신과 불협화음을 해소하지 않으면 안에서부터 조직이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이후 틈틈이 인화단결의 구체적 실천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부서의 요청사항을 우선 처리하라. 성과에 대한 공을 두고 다투지 마라. 인사와 예산 부서는 사업 부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잊지 마라. 동료의 부탁을 먼저 들어줘라. 큰 돌이 되려고만 하지 말고 쐐기돌이 되라. 조직을 떠받치는 것은 큰 돌이 아니라 큰 돌들의 틈새를 메우는 쐐기돌이다. 미국 프로농구 LA레이커스를 다섯 번이나 우승으로 이끈 매직 존슨은 "나는 코트에 들어서면 '내'가 아니라 '우리'를 먼저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보다는 항상 우리를 먼저 생각하라.

1년이 된 시점에서 평가는 이르다. 하지만 변화는 느껴진다. 부서 간에 매출과 영업이익 증대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애로의 해결을 위해 관련 부서의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댄다. 역시 가정이나 회사나 화목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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