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자 자제·ROE높은기업 '고수익'

굿모닝투신운용 10년간 장기상승 종목 분석주가가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째 500포인트대에서 올라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내려가지도 않는 지리한 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 종목을 지긋이 갖고 있는 장기투자보다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살았다 팔았다 하는 이른바 단타족만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비심리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고 3월 경기선행지수가 두달째 증가세를 보이는 등 경기회복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면서 최소 1~2년을 내다보고 우량종목을 장기 매수할 것을 권하고 있다. 경제상황으로 보나 기업실적으로 보나 주가 500포인트대는 바닥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확대 전망과 국내 경기의 회복 기대감을 감안하면 하반기부터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이 장기투자 해야 할 우량 종목인 지 고르기가 쉽지않다. 어떤 기업에 대형 수주 건이 있다든지 증자를 위해 모 세력이 주가를 올리고 있다든지 하는 단기성 재료만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굿모닝투신운용은 지난 90년대 10년간 주가가 평균채권수익률(12%)을 능가한 종목 14개를 뽑아내 장기 상승종목의 공통점을 알아봤다.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모두 같은 기간 채권수익률인 320%를 넘었다. 90년초 종합주가지수는 600포인트대였고 10년이 지난 99년말 주가도 600포인트대였다. 시장 전체로는 아무런 발전이 없었던 ‘잃어버린 10년’이었던 셈이다. 굿모닝투신운용이 뽑은 장기 상승종목은 SK텔레콤 삼성전자 포항제철 등 이른바 시장내 ‘빅5’도 있지만 남양유업 롯데제과 BYC 대덕전자 삼화전자 조흥화학 롯데칠성 등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종목이 대다수 포진해있다. 또 서흥캅셀 부광약품 삼성SDI 삼성화재 등도 장기상승종목에 포함됐다. SK텔레콤은 증자에 따른 주가하락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90년대 무려 9,495%의 상승률을 보였고 소형주인 남양유업은 93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장기 우량 종목의 투자기준을 살펴본다. ◇무리한 증자를 하지 않는다 강창희 굿모닝투신운용 상임고문은 “장기 상승 종목을 살펴보면 무리한 증자를 통해 주식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는 게 가장 눈에 띈다”고 강조했다. 우량 기업은 증자를 하더라도 사내 유보금 내에서 증자를 하거나 아니면 주당 순익증가율이나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증자를 실시하는 특성이 있다. 삼화전자 남양유업 롯데제과 등은 최근 수년간 한번도 증자를 하지 않았다. 나홍규 굿모닝투신운용 조사팀장은 “우량기업은 설비투자를 할 때 이익잉여금으로 충당하는게 대부분이다”며 “한국단자 금강고려 삼화전자 한국전기초자 등 장기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기업은 최근 3년 내 증자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자는 신용도가 떨어지는 초기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이지 성숙한 기업은 높은 신용도로 저금리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강 고문은 “미 대표기업인 GM과 GE 등은 증자를 하지 않고 오히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게 다반사다”고 말했다. 증자를 하더라도 그 목적은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이 아니라 향후 수익성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 등을 하기 위해서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증자를 실시하는 기업은 투자기피대상 1호다. 현대 계열사가 지난 99년 말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무려 8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실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강 고문은 “외국 우량기업은 증자가 불가피할 경우 먼저 증자를 하게 되면 주당순익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비전을 주주들에게 제시한다”고 말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다 주주가 투자한 자본 대비 거둬들이는 이익이 많은 게 우량기업들의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7%의 ROE를 기록했고 삼화전자는 최근 5년간 연속해서 20%가 넘었다. 남양유업은 96년 25%, 97년 21%, 98년 22%, 99년 36%, 2000년 25% 등 꾸준한 ROE를 냈다. 나홍규 팀장은 “ROE가 높은 기업은 연말 배당도 하지만 영업이익을 사내 유보하기 때문에 무리한 증자를 하지 않게 된다”며 “주가가 뚜렷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전기초자는 99년 이익률이 30%에 이어 2000년에는 43%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대표적 우량 종목으로 지난 5년간 평균 24%의 ROE를 기록한 한국쉘석유도 꼽히고 있다. ◇이익이 현금화되어 회사에 들어온다 이익이 장부상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현금화돼 회사에 들어온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해 이익을 부풀리는 기업도 많다. 여성의류업체인 나산과 신원이 무리한 생산확장으로 재고자산을 과다하게 떠안다가 부도가 났다. 그러나 SK텔레콤과 롯데제과 등 우량 종목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을 판매하면 곧바로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를 갖고있다. ◇사업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해당분야에서 경쟁력를 갖고있다 장기간 우량 종목으로 남아있는 기업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해당분야에서 경쟁력 우위를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남양유업과 롯데제과는 우유와 과자를 만들고 있고 해당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고있다. 삼성화재는 손해보험시장에서, 대덕전자는 PCB(인쇄회로기판) 시장에서, SK텔레콤은 통신서비스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투자가인 워런 버핏은 ‘사업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종목에만 투자한다’는 철학으로 지난해 폭락장에서도 높은 수익을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투자회사인 버크셔 헤더웨이는 지난 3월말 끝난 결산에서 코카콜라 등에 전통 우량주에 투자해 60%의 수익을 냈다. 국내 투자자들이 반드시 되새겨봐야 할 투자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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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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