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新한반도 개조론

이종배기자 <경제부>

지난 70년대 일본 파벌정치의 대부로 유명한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그는 ‘정치는 돈과 머릿수’ 라는 유명한 명언(?)를 남기며 일본 금권정치의 상징적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 그가 총리에 입각하면서 국가적 이슈로 내건 것이 바로 ‘일본 열도 개조론’이다. 고도 경제성장으로 초래된 도시집중과 과밀해소, 그리고 살기 좋은 국토건설을 위해 지방균형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열도 개조론의 배경과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테마파크 건설을 지원하는 ‘리조트 법’이 제정됐다. 아울러 일본의 지방 곳곳을 신(新)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각종 개발 청사진도 제시됐다. 시계추를 돌려 요즈음의 우리나라를 보자. 정부는 J 프로젝트, 행담도 개발 등 서남해안 일대를 테마파크 단지로 조성하는 것도 부족해 수도권에 관광단지를 짓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놓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행정도시 건설과 공기업 지방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건설, 그리고 기업도시 건설 등도 정부의 주요 시책 과제로 자리잡으면서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마치 일본 열도 개조론과 흡사한 모양새다. 문제는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프로젝트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많이 작용하고 있는데다 수요예측 등 치밀한 분석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는 점이다. 테마파크를 예로 들어보자. 수도권에 관광 단지가 건설되면 전남에 추진 중인 J 프로젝트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까. 십중팔구 J 프로젝트는 경영난에 빠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공기업 지방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건설 역시 벌써부터 나눠먹기식 배정으로 인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기업 지방이전은 더 나아가 지역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열도 개조론도 겉으로 보면 명분이 있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정치적 계산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일본 부동산을 깨운 주역이자 부동산 버블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반도 전역에 불고 있는 지역균형 개발 붐이 ‘과거 일본 열도 개조론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질문을 더 늦기 전에 던져볼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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