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의약품 실거래가제 유명무실

"음성적 마진차단" 불구 도매상등 불·편법 여전보험약에 적용되고 있는 의약품 '실거래가상환제'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오히려 약제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수수방관하고 있다. 실거래가상환제란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의료기관 등과 실제 거래한 가격으로 상환해 주는 제도. 병의원이나 약국이 의약품 판매로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사실상의 노 마진 제도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9년 11월 병의원이 의약품 거래과정에서 챙기는 음성적 약가 마진을 차단한다는 취지에서 요양기관이 신고해 온 구입가대로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실거래가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상당수 제약사ㆍ도매상들은 병의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면서 기준가보다 지나치게 낮게 공급하는가 하면 상주 직원까지 파견해 노력봉사까지 하고 있어 관련제도의 도입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10일 의ㆍ약계에 따르면 실거래가제 도입이후 병의원과 제약사 및 도매상간의 불ㆍ편법 고리는 끊어지기는커녕 더욱 교모 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불법행위는 ▲장부상 약을 정상적으로 공급한 것처럼 기록한 후 마진 현금지급 ▲일반 의약품 마진폭을 크게 함으로써 보험약가 마진 보전 ▲인력을 파견해 병원잡무를 보게 하는 것 등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나 도매상에서는 장부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처럼 기록한 후 영업사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약속한 마진을 현금으로 준다"면서 "현금이 여의치 않을 경우 병의원에 오티씨(일반 의약품)의 이익 폭을 크게 해 부족한 마진을 보전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병원의 경우 입찰 조건에 직원파견을 조건으로 내걸고, 더 심한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운용해 오던 약품보관 창고를 제약사에 빌려줘 임대비를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협회가 최근 개최한 '보험약가제도 개선 정책토론회'에서도 관련제도의 비판이 쏟아졌다. 토론회에서 연세대 이규식 교수는 "실거래가상환제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상한금액으로 거래돼 가격 통제기능을 상실했고, 약값이 시장기능이 아닌 공급자의 결정구조로 이어져 의료시장의 비효율성을 야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거래가상환제가 도입목적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민주당 김성순 의원도 "현행 실거래가상환제는 요양기관이 저가약을 구매해도 장점이 없고 시장기능이 아닌 공급자에 의해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중견간부는 "도매상의 입장에서 편법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약을 공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보복을 의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불공정 행위를 신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실적으로 지키지 못할 규정은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면서 "탈법행위가 판치고 있는데도 보건당국은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 애써 모른 척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올 6월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특감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병의원 등 요양기관들이 의약품 구매가와 의약품별 보험약가 상한액은 구매가가 약가 상한액의 99.2%로 나타났다. 이는 요양기관들이 실제 거래가와 상관없이 복지부가 책정, 고시하는 약가 상한액에 맞춰 의약품 구매가를 신고, 실거래가제가 약제비의 증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모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의 의약품 거래장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실거래가는 보험약값의 5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약값이 정당 196원으로 책정된 약이 65.3원에 거래됐다. 자료에 따르면 도매상을 거치더라도 실거래가는 보험약가의 70%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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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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