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카드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한 것은 카드회사들이 옥석 구분 없이 회원을 늘리려는 경쟁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은행, 농협 등 은행계 카드들은 지난해부터 회원 모집 확대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처럼 공세적으로 회원을 확보하면 회원에 대한 신용도 평가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다. 은행들로서는 기업대출 시장이나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시장이 막힌 상황에서 카드 부문을 키워야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우리V카드’는 출시 11개월 만에 26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카드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월 6.2%에서 올해 4월에는 9.1%로 상승했다. 농협도 올 초 신용카드 사업 활성화를 목표로 카드모집인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회원을 늘려나가고 있다. 일부 은행계 카드사들이 카드 모집인을 적극 활용함에 따라 카드모집인은 지난해 말 현재 4만6,675명으로 2006년 말(2만8,407명)에 비해 무려 60%나 늘어났다. 이는 ‘카드대란’이 빚어진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감독당국, 연체율 상승 ‘예의주시’=신용카드 연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자 금융감독당국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02년과 같은 ‘카드대란’은 아니라도 상당한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감원은 이달 초 처음으로 전업계 신용카드 4곳의 전국 영업점을 대상으로 카드모집인 및 회원 관리 실태에 대해 광범위한 검사를 벌였다. 금감원은 시장 과열 양상이 심화될 경우 은행계 카드사들에 대한 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최근 할인혜택을 대폭 강화한 상품을 연이어 내놓는 한편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분위기를 이용해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도 벌이고 있다”며 “현재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체 관리 강화 및 자정 노력 필요=한국신용정보평가는 ‘신용카드사의 연체율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2007년9월말 이후 자산의 질이 우수한 일시불카드 대급금과 할부카드 대급금의 정상적인 입금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시불대급금은 평균 99% 수준을 유지하다가 작년 9월말 이후에는 97.8%로 하락했다. 황은수 한신정 연구원은 “회원가입 및 사용단계에서의 전반적인 신용도 심사 강화와 이에 따른 적절한 신용한도 부여, 정상입금률 제고를 위해 사전적인 납입금액 안내, 회수율 증대를 위한 채권추심기능 효율화 등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무이자할부판매실시, 회비면제와 과도한 마케팅포인트 부여 등 무리한 회원확보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당국도 회원 확보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선 필요 없는 신용카드 발급을 늘리는 ‘주범’ 역할을 해온 가입 첫해 연회비 면제 혜택이 5월부터 없어진다. 비씨카드는 5월1일부터 시행하며 자체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KB카드는 이달 28일부터, 외환카드는 5월 중순께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