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6일] 도청은 쉽고 감청은 어렵다?

지난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전화(VoIP)가 도청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같은 건물 안에서 회선을 공유하는 동일한 LAN환경에서 VoIP와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 제한적으로 도청이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는 것.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미처 몰랐다. 이거 큰일 아니냐”라며 호들갑을 떨었을까. 미안하게도 이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더 나아가 이를 지적한 국회의원을 한심하게 생각한다. 한 네티즌은 “일반 유선전화 단자함을 열고 회선 연결만 하면 동네 전파사 주인 아저씨도 쉽게 도청을 할 수 있다”며 “오히려 암호화로 소프트웨어적 보안이 가능한 VoIP쪽이 도청방지에는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VoIP 등장으로 시장점유율 잠식을 우려하는 KT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 아니냐”는 억측까지 나왔다. 이에 앞서 두어달 전에 국가정보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 “VoIP 번호이동을 개시하기 전에 감청이 가능하도록 기술적인 문제를 보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국정원은 이같이 요청한 이유에 대해 VoIP는 일반 유선전화와 달리 음성이라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전달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감청이 어려워서라고 했다. 또 컴퓨터와 인터넷 망을 같이 사용하는 특성 상 컴퓨터에서 오고 가는 인터넷 데이터와 전화통화 데이터가 뒤섞여 이를 분리하는 일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도청 범죄자들보다 기술면에서 뒤떨어져 있다는 뜻이 돼버린다. 한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자. 지난해 1월 국방부는 전국 예비군 중대에 VoIP를 설치했다. VoIP 도입은 그 해 6월 예산절감 및 통신운용체계 개선사례로 선정돼 이를 추진한 공무원이 성과급까지 받았다. 통신보안을 생명처럼 여기는 군부대가 도청에 문제가 있었다면 VoIP를 설치했을까. 만약 국감의 지적이 맞다면 우리 군부대는 바보라는 말이 된다.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부처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사항을 지적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자 올바른 일이다. 하지만 기존 기술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새로운 기술의 ‘새롭지 않은’ 위험만을 들먹인다면 자칫 기술발전과 신시장개척을 저해하는 역효과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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