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베니스에 부는 韓流 바람

공식 개막한 베니스비엔날레서 이용백작가 '앤젤솔저'·'미러' 등 해외 미술 관계자들에 관심 집중

현대미술가 이용백씨가 대표작가로 출품한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가 세계 미술계의 유례없는 주목을 끌고 있다.

한복이나 한글, 한지나 불상 같은 전형적인 한국의 아이콘(icon)은 없었다. 하지만 지극히 한국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정치ㆍ사회에 대한 은유는 해외 미술 관계자들에게 보편적 공감을 얻어냈다. 그동안 왕성하게 활동해 오면서도 '변방의 작가'로 불렸던 현대 미술가 이용백(45)이 지난 4일 공식 개막한 베니스비엔날레를 통해 '베니스발 한류(韓流)'를 일으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의 총감독인 비체 크루거가 설정한 전시 주제는 '일루미네이션'이지만 'ILLUMI-nation'이라는 표기에는 국가별 이슈와 정치적 문제가 포함돼 있음을 뜻한다"고 총평하면서 "1987년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서 적잖이 영향을 받은 이용백은 화려한 꽃무늬 콜라주로 뒤덮인 총을 들고 같은 꽃무늬의 군복을 입은 군인들을 촬영한 '앤젤솔저'와 정기적으로 강렬한 총소리와 함께 거울이 깨지는 '미러' 작업이 눈길을 끌었다"고 지난 3일 한국관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4일 "국가관들의 전시는 과거의 정치적 상황과 역사성을 반추하면서 동시에 현재를 투영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과 함께 한국관의 이용백을 주목했다. 이들 외에도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와 영국의 BBC등 방송사와 뉴욕타임즈 등, 독일의 권위있는 예술잡지 '쿤스트포럼' 등이 긴 시간을 할애해 이 씨를 인터뷰했다. 미술계의 관심은 더 뜨거웠다. 미국 뉴욕 모마(MoMA)와 휘트니미술관, 영국 테이트모던 갤러리의 관장 및 이사진들이 전시를 방문해 세심한 질문을 던졌다. 프랑스ㆍ이탈리아ㆍ영국ㆍ독일 등 유럽에서만 20군데 이상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이용백에게 개인전 개최를 의뢰했다. 비엔날레를 찾아온 세계적인 컬렉터와 미술관들의 작품 구입 문의도 쇄도해 한국관 사무국 관계자들이 당황했을 정도다. 예술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존 라이크만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는 한국관을 방문해 "비엔날레 개막행사를 겸한 미술계 모임에서 한국관이 흥미롭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면서 "세계 미술계가 한국미술을 바라보는 전환점이자 한국미술의 세계화 과정에 매우 중요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국가관들은 이미 유명한 작가를 재조명했지만 이용백은 지명도에 의존하지 않고 강력한 자신의 컨셉트로 공감을 얻고 있어 미래가 기대된다"라며 "특히 이용백이 최첨단의 미디어를 쓰면서 빨래를 너는 전통방식을 접목할 줄 아는 통섭의 능력이 특별해 수용성 좋은 한국 젊은 작가들의 가능성을 대변한다"고 덧붙였다. 독립큐레이터 이대형씨는 "흔히 동양을 떠올리게 하는 1차원적 요소는 전혀 없었지만 동양적인 시선을 유지한 한국적 미학으로 서구 미술시장에 실험성과 상업성을 두루 확보하고 진입했다는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는 본 전시 외에 89개국의 국가관 전시로 이뤄져 오는 11월2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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