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총리인준 지연 국정차질

고건 새 정부 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인준안이 제때 처리되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임기는 지난 25일 시작됐지만 노 대통령의 각료 임명이 늦어져 사실상 국정공백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고 지명자가 국회인준을 받지 못함에 따라 총리로서 새 정부를 이끌 각료의 제청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 정부 각료가 노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형적 국정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김석수 총리는 26일 정부 중앙청사로 출근하지 않고 서울 도곡동 자택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급한 업무를 처리했다. 김 총리는 당초 고 지명자가 총리신분으로 참석하게 돼 있던 이날 오후 `대통령 취임 축하 재외동포 초청 리셉션`에 대신 참석하는 등 새 정부의 총리 역할을 대신 수행했으나 외부 공식행사를 최대한 줄이도록 했다. 각 부처 장관들도 이날 정상 출근했지만 주요 정책이나 예산집행에 대한 결재를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주요현안에 대한 보고나 결재권 행사를 뒤로 미루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정책방향에 따라 업무를 추진해야 할 각 부처 공무원들도 일손을 놓고 국회인준안 처리 여부와 조각 하마평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대처해야 할 국가적 현안은 산적해 있다. 북한 핵문제 여파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한미 동맹관계마저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국내경제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지표에서 적신호가 켜지면서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54.7%를 차지한 수출이 지난 1월 27.3% 늘어 증가세를 지속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8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1월 무역흑자도 5,000만달러로 줄었다. 수출호조로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4ㆍ4분기 비교적 높은 수준인 9.4%를 기록했으나 도소매 판매증가율이 지난해 1ㆍ4분기 8.0%에서 4ㆍ4분기 4.4%로 절반 가까이 낮아질 정도로 소비심리가 둔화돼 내수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600선을 오르내리며 맥을 못 추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 기준으로 배럴당 30달러선을 넘는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지난해 10월 2%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월에는 3.8%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5%대로 잡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달성을 낙관할 수 없다. 지표경제뿐만 아니라 미국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 하향 조정한데다 새 정부의 경제개혁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SK 등 주요 그룹에 대한 검찰수사 등으로 국내외 투자가들의 국내투자 마인드도 크게 위축돼 있다. 국회도 정쟁으로 경제의 발목을 잡고 허송세월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보험업법, 전기통신사업법, 철도산업과 가스산업구조개선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주택건설촉진법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경제ㆍ민생법안을 포함해 무려 661건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박사는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행정공백으로 민간의 투자결정이 지연되면 그 비용은 계량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고 국가 차원에서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며 “새 정부가 경제현안 대응에 실기하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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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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