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다트머니] 규제 풀렸지만 가능하면 소득증빙 서류내야 대출 유리

소득 적거나 증빙자료 없으면 대부분 은행 대출한도 1억 그쳐<br>본인 소득 없다면 가족도 가능… 은행따라 가족 인정범위는 달라


지난 3일 자신이 살던 전세집의 보증금에 빚을 더 보태서 집 구입하려고 서울 중랑구의 한 시중은행 지점을 방문한 자영업자 박모씨는 대출 상담후 표정을 구기며 자리를 떠났다. 박씨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제한적으로 폐지한다는 소식을 듣고 2~3억원 가량 돈을 빌리려 지점을 찾았지만 대출액이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DTI가 폐지되면 집값의 최대 절반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막상 지점의 상담직원은 "고객님께선 소득증빙이 안돼 많아야 1억원 이상 대출이 어렵습니다"라고 안내했다. 이 상담원은 소득증빙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면 신용보강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지만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박씨로선 소득을 증빙할 만한 자료가 별로 없었다. 지난 2일부터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과 농협 등 주요 6개 은행이 주택실수요자가 비투기지역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경우 DTI적용을 한시적으로 폐지하면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중은행들의 영업 창구에선 박씨와 같이 DTI폐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돌아서는 서민들의 사례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은행들도 "DTI는 풀었지만 눈 감고 대출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느슨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알리고 있다. DTI 규제를 내년 3월까지 임시로 풀지만 대출부실로 은행의 경영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DTI 이외의 다른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고객별 대출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가 풀렸으니 집값을 빌리기 쉬워졌다는 막연한 예측만 가지고 주택 구입을 계획했다간 당초 예상에 못 미치는 대출액으로 인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가능하면 소득증빙하는 게 유리하다=특히 DTI규제가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적거나 아예 소득 증빙이 안될 경우 대출 가능액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칠 수 있다. DTI가 폐지됐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은행이 대출신청자의 소득이 얼마냐를 묻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대출을 신청할 때 자신의 소득증빙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은행 창구에서 상담을 받으면 사정은 달라진다. 은행 입장에선 고객이 정상적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안정적 소득이 있는 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무턱대고 담보만 있다고 돈을 빌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대형 시중은행의 여신업무 담당자는 "소득 증빙이 안되거나 소득이 아예 없는 고객에 대해선 대출 한도가 최대 1억원"이라고 못 박았다. 그나마 이 1억원의 한도도 정부가 소득증빙 면제대상의 범위를 1억원으로 풀어준 데 따른 것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여신업무 간부 역시 "소득증빙을 의무화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은행 입장에선 고객이 얼마나 돈을 벌어서 그중 얼마만큼을 대출 원리금으로 낼 수 있는지 파악해야 대출을 해줄 수밖에 없다"며 "기왕이면 자발적으로라도 소득증빙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물론 은행에 따라선 소득증빙 여부를 크게 따지지 않는 곳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있느냐 없느냐만 확인되면 소득이 얼마인지는 따지지 않는다"며 "소득이 있는 지 여부도 고객이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적용하고 소득증빙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은행의 경우도 소득증빙 여부가 대출한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금리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왕이면 소득증빙 자료를 제출하는 고객에게 더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하든지 간에 가능하면 자신이 안정적인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증빙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본인 소득 없으면 가족소득을 강조하라=본인의 소득이 없더라도 대출의 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에 따라선 가족이 충분한 소득이 있으면 대출 승인 및 한도액 결정에 긍정적 요인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하기 전에 가족들의 직업, 직책, 소득수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다만 가족 소득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는 은행마다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무직인 청년이 내년초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청년의 부친은 고소득 전문의다. 이에 대해 A은행 관계자는 "배우자의 소득까지만 가족 소득으로 인정한다"며 "부친이 아무리 소득이 많더라도 대출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B은행 관계자는 "본인 소득이 없어도 부모의 소득까지도 감안해 대출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특정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해도 낙심할 필요는 없다. B은행과 같이 다른 은행의 문을 두드릴 경우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출 상담시 신용조회를 하면 기록에 남는데 조회기록이 많으면 대출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신용조회를 하지 않는 선에서 각 은행별로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다. ◇신용도 나쁘면 퇴짜 맞을 수도=DTI가 폐지되면서 형식적으로는 대출심사 규제가 풀린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은행에 따라선 소득기준 대신 신용 기준을 보다 깐깐하게 체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부터 DTI를 제한적으로 폐지한 6개 은행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평점시스템(CSS)을 주택담보대출에도 적용해 고객의 신용 건전성에 따라 대출 승인 여부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CSS의 구체적인 산정방식은 은행마다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직업ㆍ직책, 연령, 가족 현황(결혼 여부 및 부양가족 현황)소득, 부채, 자산, 금융거래 실적 및 신용상태 등을 지표로 삼고 있다. 이중 특히 금융거래 내역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만약 장기연체 등의 기록이 있거나 단기연체라도 연체 전과가 많다면 신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거래 실적이 불량해 CSS에서 하위구간 등급을 받은 고객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선 은행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거래 기록이 다소 나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대출을 거절하지는 않는다"고 밝히는 반면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거래 기록이 조금이라도 깨끗하지 않으면 퇴짜를 놓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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