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2월 1일] 학력과잉의 시대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 인터넷 비즈니스과 3학년 박혜명ㆍ정솔 학생이 광주은행 신입사원 인턴십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10월6일 광주 지역 일간지에 보도된 기사 내용이다. 언론은 '학력파괴'의 관점에서 관심을 갖고 이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물론 두 학생은 그만한 능력이 있었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오피스 프로그램 경진대회인 '2008 세계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에 고등부 한국대표(대학부2명, 고등부2명)로 참가해 170개 참가국 중 당당히 상위권에 입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고 출신이 은행에 들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980년대도 아니고 대학을 마치고 해외유학을 갔다 와도 은행에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 두 학생은 3개월여 남짓한 인턴십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1월4일 보란 듯이 정식직원으로 채용돼 광주은행 'e Biz사업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대학 진학률만 해도 84%(전문대 포함)라는 경이적 기록 보유국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일자리 100개 중 84개는 대학 졸업자에게 맞는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졸 근로자 10명 중 3명은 고졸학력 정도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는 일에 비해 학력이 높다는 얘기다. 이뿐인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도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비의 13.2%가 교육비로 지출되고 있다. 1990년 8.4%, 2000년 11.2%에 비해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나치게 교육과 학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도 대부분의 업무가 '매뉴얼화' 돼 있고 그에 따라 '작업'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부 은행직무는 꼭 대학출신이 아니라도 할 수 있다. 이번에 광주은행에서 2명의 여상 출신을 채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허 수가 1,000종을 넘어 발명왕이라 불리고 있는 토머스 에디슨과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학력은 초등학교 중퇴다. 자본금 1,500달러로 MS를 창업한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 중퇴다. 한국에서 금세기 최고의 전설적 인물로 존경받는 정주영 회장 역시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다. 학력보다는 업무 능력이 중요하다. 특히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고 이에 따라 업무를 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는 더 그렇다. 평생학습을 통한 업무 능력 제고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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