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내수부진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외롭게 한국경제를 이끌고 왔던 수출마저 고유가와 달러화 약세 등의 대외적인 변수로 인해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전문기관들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3%대, 또는4%대로 하향조정하고 있으며 `2%대'를 외치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수장인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도 내년도 성장률이 4%대까지 하락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잇따른 비관적인 전망에 따라 기업들도 잔뜩 움츠러든 채 비상경영 준비에 들어가고 있어 한국경제의 회복 시기가 더욱 멀게 느껴지고 있다.
◆내년 성장률 4%대가 주류..일부는 2%대 전망
경제전문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4%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몇개월전까지만 해도 5%대로 전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춘 것으로 애초 기대와 달리 올 하반기에도 우리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성장률 전망중 가장 높은 것은 한국금융연구원의 4.6%다.
이어 현대경제연구원이 4.5%, 한국경제연구원이 4.4%, LG경제연구원이 4.1% 등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5월에 5.9%로 전망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계속되고 있는 내수부진을 이유로 내세워 무려 1.4% 포인트나 낮은 4.5%로 관측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지난 9월에 이미 내년 경제성장률을 4.8%에서 4.0%로 하향조정했고 케네스 강 서울사무소장은 최근에도 이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3%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민간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8월 3.7%로 전망한 데 이어 지난달 발표에서도 이를 고수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3.7%, 모건스탠리는 3.8%로 전망, `3%대'에 합류했으며 최근한국씨티은행 오석태 경제정책분석팀장은 2%대에 그칠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산업생산이 '하드랜딩(경착륙)' 조짐을 보여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2.9%로 급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오로지 정부만이 아직까지 `5%대'를 수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를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는 "불확실 요인과 하강요인이 꽤 있어 1%포인트까지도 성장률이하강할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4%대를 수용했다.
올 3.4분기 성장률은 4.6%로 집계돼 5% 안팎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밑으로 떨어졌으며 4.4분기에는 더 위축될 것이 불보듯 뻔해 본격적인 침체국면에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되면 고용흡수력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소비부진과 투자위축의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경기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초저금리와 자산가치 하락, 고임금 등의 폐해가 겹치면서 일본식 혹은 남미식 장기불황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침체'의 끝이 안 보인다.
이처럼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올 하반기부터는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던 민간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3.4분기보다 4.4분기에 더 안 좋을 것이며 내년 1.4분기에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올 3.4분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으나각종 통계를 통해 이미 잘못된 전망이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3.4분기중에 회복될 것으로 여겨졌던 민간소비는 여전히 감소세에서 벗어나지못해 `6분기 연속 마이너스'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민간소비는 내년 상반기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가 추진중인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조치가 소비를 진작시키기에는 미흡하다"면서 "가계부채 조정, 조세와 준조세 부담 증가 등 구조적인 요인에 고유가 등에 의한 물가상승이 겹치면서 가계의 구매력 회복이 제약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내수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세계시장의 성장세 둔화, 고유가 등으로 인해 수출 증가율마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수출은 10월 증가율이 16.1%로 떨어져작년 4월 6.4% 이후 1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분기별로 봐도 1.4분기 26.9%, 2.4분기 27.2%에서 3.4분기에 17.6%로 떨어졌다.
4.4분기 수출도 10%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며 내년에는 한자릿수 증가율로 떨어져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 투자지표인 설비투자 추계도 9월 0.5% 감소한 데 이어 10월에도 0.9% 줄어 투자부진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부진은 고비용 구조로 인해 暈瑗낳胄?해외로 이전되는 경향이 확대되고있는데다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IT산업은 중간재의 65%정도를 수입에 의존하면서 국내투자유발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도 설비투자 증가율을 3.9%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 등 `복병'..하반기부터 회복 의문
경제전문기관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우리나라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01년~2002년의 가계대출 붐과 카드대출 등으로 인해 발생한 가계부 적자가 상반기중에는 원상복귀돼 하반기부터는 민간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는 데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를 끌고 온 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내수가 배턴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이 맞아 떨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환율, 고유가 등등 대외적인 요인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약달러 정책을 선언한 미국이 이를 포기하지 않는 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연간 10% 절상될 경우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내년 고유가의 지속 여부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변수다.
내년도 국제유가는 올해보다 다소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산유국의 정정불안확대 등 불안요인이 발생할 경우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50달러까지 갈 가능성을배제할 수는 없다.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