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법원이 이번 소송의 복잡성을 고려해 사안별로 판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신호다. 배심원의 평결 자체를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애플이 법원의 합의 제안을 거부하는 등 최종 판결이 나오더라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소송의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애플, 마지막까지 치열한 공방=삼성전자와 애플은 6일(현지시간) 열린 평결불복법률심리(JMOL)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격론을 벌였다. 이날 심리는 양사의 주장을 판사가 듣고 되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핵심 쟁점은 배상금 산정 오류, 배심원장의 비행 여부, 삼성전자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등이었다.
삼성전자 변호인단은 "특허 163(화면을 터치해서 확대하거나 되돌리는 기능)이 모호한 분이 있다"며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심원단의 배상금 산정 과정에 여러 가지 오류가 있다"며 "전체 배상금 10억5,000만달러 가운데 9억달러 정도는 잘못 산정된 것"이라고 공격했다. 법원은 이 가운데 배상금 산정이 관련법에 근거해 일부 올바르지 않은 것 같다며 감액 가능성을 시사했다.
애플 변호인단은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의 특허침해를 인정한 만큼 삼성 제품 26종의 영구 판매금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에 삼성전자는 "26종 가운데 이미 23종은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다"면서 "나머지 제품도 디자인 우회 등의 방법으로 특허를 침해하지 않은 만큼 판매금지 처분은 부당하다"며 반박했다. 이날 심리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배심원장 벨빈 호건의 비행에 대해서는 충분한 심리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법원의 합의 제안 거부=미국 법원은 이날 배상액 산정의 오류를 지적하는 동시에 소송의 사안이 복잡한 만큼 사안별로 판결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향후 최종 판결 과정에서 배심원 평결이 부분적으로 뒤집힐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히 배심원단의 배상액 산정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은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이번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배상액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안별로 판결을 내리면 최종 판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루시 고 판사는 "사안이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질문할 것이 상당히 많다"며 "원래 모든 사안에 대해 총괄적으로 최종 판결을 내려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안별로 판결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법원의 합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합의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양사는 이번 소송 외에도 같은 법원에서 '갤럭시 넥서스' 등에 대한 별도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소송의 첫 심리는 내년 3월에 열릴 예정이다. 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양사의 특허소송 역시 내년 1월(삼성이 애플 제소)과 3월(애플이 삼성 제소)에 각각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