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월 29일] 내전 끝난 스리랑카의 첫 대선

스리랑카 국민은 26년간의 내전 종식 후 맞은 평화 속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스리랑카는 그러나 축하와 희망 대신 오히려 위기에 처해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마힌다 라자팍세 현 대통령의 승리를 공식 인정했지만 범야권 후보인 사라스 폰세카 전 합참의장이 결과 불복을 선언한 것이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지난해 타밀반군에 대한 군사적 승리를 최대한 이용하고자 임기를 2년 앞두고 조기대선을 강행, 결국 재선에 성공하면서 국민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이제 라자팍세 정권의 정당성은 분리독립의 꿈이 사실상 사라진 소수 타밀족(族)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폰세카 전 합참의장은 내전기간 대통령을 대신해 무자비하게 타밀 반군 소탕을 수행했다. 두 사람 모두 스리랑카 다수인 싱할리족 출신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갈라진 탓에 국민의 12%에 불과한 타밀족에 구애를 하는 처지가 됐다. 심지어 타밀민족동맹(TNA)은 라자팍세 대통령의 전횡을 막을 인물이 폰세카 후보뿐이라며 내전 당시 적장이었던 그를 지지하기까지 했다. 라자팍세 대통령의 재선으로 싱할리족 우선주의가 노골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타밀족의 낮은 투표율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선거결과는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싱할리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라자팍세 대통령은 투표 개표시간에 군 병력을 투입, 폰세카 후보를 사실상 연금했고 이제는 정치권에 군을 끌어들이겠다는 위협까지 가하고 있다. 빈국인 스리랑카는 내전종식에 따른 '평화 배당금(peace dividendㆍ절감된 국방비를 경제ㆍ교육ㆍ복지 등에 사용)'을 이용해 남아시아 경제발전의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태라면 경찰국가가 되거나 다시 혼돈으로 빠져버릴 수 있다. 스리랑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일들이 필요하다. 먼저 폰세카 후보는 선거결과를 깨끗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라자팍세 대통령이 싱할리족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해 통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연방제(federal)를 요구하는 타밀족에게도 정부가 발언의 기회를 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스리랑카는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의견 차이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수도 콜롬보 거리에 군인이 있는 모습은 새로운 정부의 좋은 출발이 아니다. 라자팍세 대통령이 권위주의 체제로 후퇴한다면 피의 대가인 평화는 물거품이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