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성접촉을 해 상대방이 사망했다면 형법상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정현미(鄭賢美)선임연구원은 27일 형사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제2회 의료와 형법」세미나에서 『에이즈는 성접촉으로 인한 감염확률이 0.1~1%에 불과하지만 감염후 50~70%가 사망한다』며 『감염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다면 생명을 침해할 고의성도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鄭연구원은 이날 「후천성면역결핍증과 형법」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감염인의 의도적인 성접촉으로 상대방이 사망했다면 살인죄를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鄭연구원은 감염사실을 알리지 않으면서 아무런 예방조치를 하지않고 성접촉을 한 경우 「살해의 확정적 고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의가 아니라도 감염을 통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다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으며 사망하지 않아도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鄭연구원은 상대방에게 감염사실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콘돔 등 예방조치를 취했을 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의학계에 따르면 에이즈는 지난 81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세계적으로 약3,000만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85년 첫 환자가 나온 이래 9월말 현재 844명(남자 736명·여자 108명)이 감염자로 관리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125명이 사망했다.
감염경로는 성접촉 746명, 수혈 21명 등으로 성관계로 인한 발병확률이 88%를 차지한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정부에 등록된 숫자보다 최소 4~5배, 많게는 10배이상은 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박상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