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이정밀금형/거래처 전폭지원 위기 탈출(중기 홀로서기)

◎6,500만원 불도… 집 가압류·신용불량 낙인에도/대금 현금결제·운전자금 융통등 도움 줄이어/기술력 인정 수주물량도 증가… 독립공장 ‘눈앞’서울 독산동에 있는 제이정밀금형의 전병철 사장(46)은 남달리 강한 의지력을 갖고 있다. 그는 직장시절 밤잠을 줄여가면서 실력을 쌓아 남들이 2∼3년 걸리던 기술을 불과 6개월만에 마스터할 정도였다. 그때 얻은 별명이 바로「전박사」. 일찍부터 자립의 꿈을 키워온 셈이다. 선반분야 등 자격증도 그때 따놓았다. 장애자인 그는 어릴때 부터 다리가 불편 했다. 7남매중 장남인 전사장은 고등학교 졸업후 금형회사에 취직, 기술 인정을 받아 공장장으로 지내다 지난 91년 맨손으로 금형 및 플라스틱사출 제조업체인 제이정밀금형을 차렸다. 회사이름도 항상 남을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제일」이 아닌「제이」로 정했다. 그런 전사장도 지난 4월 거래처로부터 부도어음이 터져나오면서 불어닥친 위기는 쉽게 넘겨버릴 수 없었다. 올들어 경기 침체로 주변에 부도기업이 속출하자 전사장은 나름대로 납품거래처에 대한 신용조사를 했고 대부분 오랫동안 거래관계가 있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6천5백여만원의 부도금액이 터져 나오자 전사장은 어음환매대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부도어음 환매대금을 은행에 갚지못하는 바람에 금융기관으로부터 자신도 모르는 새에 불량 규제를 당하면서 그동안 모은 재산인 집까지 가압류를 당하고 말았다. 금융기관을 이용한 차입도 막혀버렸다. 그러나 전사장과 관계를 맺어왔던 주변 사람들이 큰 도움이 됐다. 거래처였던 (주)동일기연의 손동준사장은 전사장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결제해주었으며 신용으로 운전자금을 융통해주기도 했다. 또 (주)퍼시스는 수주물량을 오히려 늘려 실질적인 보탬이 되주었다. 신용보증기금 구로공단지점도 발벗고 나섰다. 신보는 회사를 방문하여 전사장에게 회생방안과 그 절차를 자세히 알려 주었다. 그리고 전사장과 함께 더이상 자금을 빌리지않고 회사를 갱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섰다. 결국 신보는 갱신보증으로 지원해주었고 기업은행은 추가로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어려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었다. 전사장도 회사 내부적으로 경영난 극복을 위해 자동화설비를 강화하는 등 집안살림 단속에 나섰다. 요즘 보기 드물게 직원 모두가 20대 젊은이로 구성된 제이정밀금형은 근래들어 회식이 부쩍 잦아졌다. 주변의 거래처들이 전사장의 경영자세나 기술력을 인정하고 수주물량이 많아지면서 회사가 몹시 바빠졌기 때문이다. 사실 전사장은 남들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있다. 소아마비 장애자로서 남들보다 빨리 걷지도 못하고 편하게 앉지도 못한다. 그래서 전사장은 겨울철이 되면 가장 곤혹스럽다. 미끄러운 길에서 한번이라도 넘어질라치면 한달간 꼼짝못하고 자리보전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전사장은 자가용도 한 대 없다. 올해는 어떻게든 차를 구입할려고 작정했지만 이번 사고로 다시 내년쯤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이윤이 생기면 새로운 기계설비를 구입하거나 직원들의 복지비용으로 사용하느라 그만한 겨를이 없었다. 전사장은 주말도 잊은채 매일매일 회사일에 빠져 가족들과 함께 놀러간 적도 없다. 특히 3년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회사로 출근해 현장일을 거들고 있는 부인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지금 전사장은 자금이 뒷받침된다면 우선 주변의 친지들로부터 빌린 사채를 갚고싶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독립공장을 확보, 그안에서 들려올 힘찬 기계소리를 오늘도 꿈꾸고 있다.<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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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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