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승기] 벤틀리 컨티넨탈 GT

시속 180㎞ 질주에도 세단처럼 편안<br>복고풍 헤드램프 더욱 인상적<br>전장 비해 내부공간은 좁은편


지하 주차장, 시동을 켜자 차량 내부 깊숙한 곳에서 시작된 격한 울림이 전해진다. 분명 공들여 만들어진 엔진음이 틀림없지만 표현하기 힘들다. 경쾌한 듯 무겁고, 은은하지만 한편 날카로운 울림이 귓전을 때리고 오감을 자극한다.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쿠페형 세단은 대부분 나름의 소리를 갖고 있다. 운전의 '맛'중 하나가 사운드이기 때문. 그러나 이 소리는 다른 차원이다. 흩어지지 않고, 하나로 모아지며 굵은 선을 만들어 낸다. 명차 벤틀리. 그 중 스포츠 쿠페인 컨티넨탈 GT와의 첫 대면은 이름만큼 인상적이었다. 시동을 끄고 다시 켜기를 반복하며 사운드를 감상한 후 시승을 시작했다. 편안한 핸들링과 부드러운 서스펜션에서 파워풀한 스포츠카의 느낌은 찾기 어렵 없다. 오히려 럭셔리 세단에 가깝다. '럭셔리 한 스포츠 카'가 이 차의 정체성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도심에서 벗어난 차는 경인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쇼 타임. 스포츠 쿠페로서 이 차의 진가는 이제부터 드러난다. 속도를 높였다. 시속 100km 정도는 워밍업에 불과하다. 엔진회전수(rpm)가 많아지지도 특유의 엔진음도 들리지 않는다. 제원상으로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4.6초지만 느낌엔 더 빠르다. 2002년 파리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후 8년 만에 변신한 신형 컨티넨탈GT에는 12기통 6,0리터의 트윈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최대 출력은 575마력, 최고 토크는 71.4kg.m이다. 참고로 F1 경기에서 머신을 유도하는 세이프티 카(safety car)로 등장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가 각각 571마력, 66.3kg.m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하자 rpm이 2,000을 넘어서며 다시 특유의 엔진음을 서서히 내뿜는다. 속도는 삽시간에 180km를 넘어섰다. 여기에 ZF사의 6단 자동변속기는 약간의 변속 충격도 전달하지 않으면서 속도를 끌어 올린다. 스포츠카 다운 맛은 없어도 개인적으로 이 느낌을 선호한다. 오직 답답한 것은 도로 사정이다. 여전히 차량이 많은 고속도로에서 감히 풀악셀이 힘들었다. 시승용으로 제공된 차량은 최고속도를 200km/h로 제한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최고 318km/h까지 달릴 수 있다. 물론 어디서 달릴 것이냐가 숙제다. 아쉬운 시승을 끝낸 후 외관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꼼꼼히 살폈다. 굳이 'B'가 유난히 크게 보이는 엠블렘이 없더라도 컨티넨탈 GT의 외관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벤틀리 고유의 라디에이터 그릴 하나만으로도 충분했을 강렬함이 복고풍의 헤드램프로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놀라운 것은 전면에서 풍기는 웅장함이 후면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 볼륨감 넘치는 디자인과 테일램프의 조화가 그 힘이다. 인테리어는 이 차가 매우 비싼 차임을 더욱 강조한 듯한 인상이다. 모든 과정이 수공으로 제작됐다는 내부 공간은 대부분이 최고급 가죽으로 뒤덮여 있다. 모든 마감재에서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앞 좌석은 비행기 1등석 같은 안락함을 제공하지만 뒷좌석의 효용성은 떨어져 보인다. 성인이 타기에는 불가능한 수준, 쿠페임을 감안해도 전장에 비해 내부 공간은 좁은 편이다. 디자인과 성능, 모든 면에서 당당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차, 컨티넨탈 GT. 상위 0.1%만 지갑을 꺼낼 수 있을 만한 가격 2억8,600만원에 판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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