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9월 10일] 전염병 대책도 선진화 필요

우리나라에서 곧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세계 주요국 정상 20명이 모이는 사상 최대의 국가 행사로 한국이 글로벌의 중심 국가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강조돼야 할 부분들이 있다. 경제 성장에 따른 생활 수준과 국민의 의식 향상, 더불어 국가적인 선진 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의료인으로서 전염병 예방 시스템을 생각해볼 때 우리는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G20 걸맞은 예방 체계 갖춰야 지난해 여름 A형 간염 비상이 걸렸다. 한 금융회사에서는 직원들이 A형 간염으로 연이어 병에 걸리자 사내 식당을 폐쇄하기도 했다. 직원 전체의 역학 조사와 함께 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나 대형 병원의 단체 접종을 실시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여러 연예인들의 A형 간염 발병 뉴스도 연달아 보도됐다. 지난 2009년 한 해에만 1만5,000여명의 A형 간염 환자가 보고됐고 이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12,273명으로 80%가 넘었다. 이 수치는 정부의 표본감시체계에 보고된 환자만 포함된 것으로 실제로 보고되지 않은 환자 수를 포함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환자가 발생했을 것이라 예상된다. A형 간염은 과거에는 후진국 질병으로 여겨졌다. 환자가 대변과 함께 배설한 바이러스로 오염된 식수나 음식물 등 섭취했을 때 옮겨지는 감염 질환으로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소아에게서 발생되는 A형 간염은 대부분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므로 1960~1970년대에 유년기를 거친 우리나라의 현재 장년층은 A형 간염에 대한 면역을 자연적으로 획득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의 조사 결과는 이런 사실을 증명했는데 55세 이상 연령의 A형 간염에 대한 항체 양성률은 100%에 육박한다. 반면에 20대의 A형 간염 항체 양성률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환경 위생의 개선으로 소아기에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처럼 성인이 돼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황달과 함께 열ㆍ구역질ㆍ구토ㆍ식욕부진ㆍ복통 등이 심해 매우 많은 비율에서 입원이 필요하기도 하며 이들 중 일부에서는 전격 간염으로 진행돼 생명을 잃기도 한다. 위생의 역설이다. A형 간염은 손 씻기를 잘 하고 날 음식을 삼가며 모든 음식을 끓여 먹으면 어느 정도는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A형 간염 백신을 6개월 이상 간격으로 2회 접종 받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영ㆍ유아를 위한 국가필수 예방접종에 A형 간염을 포함해 국가 차원의 예방접종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이에 국내 보건당국도 A형 간염의 위험을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현재의 유행을 근절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A형 간염을 제1군 전염병으로 변경해 올해 말부터 A형 간염 환자의 전수 신고, 자료 수집 확대를 위한 신고 서식 개선, 집단 발병시의 역학 조사 강화와 더불어 영ㆍ유아 국가필수 예방접종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정부의 예산 확보가 최종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므로 국가 차원의 예방접종 사업이 실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게다가 A형 간염의 전파 양상이 바뀐 국내의 현 상황에서 질병 발생 위험과 중증도가 높은 20~30대 연령층을 위한 대책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한 연구는 만약 A형 간염에 대한 현재의 예방접종 정책이 계속 지속된다면 오는 2028년이나 돼야 유행이 가라앉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현재 유행하는 A형 간염을 근절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면역이 없는 모든 10~30대 국민에게 정부 주도하에 백신을 접종해 유행을 차단하는 것인데 대상자의 숫자가 1,000만명 이상이고 수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A형 간염 백신 필수 접종 시급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는 이른 시일 내로 영ㆍ유아 국가필수 예방접종에 포함시키고 해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1학년 학생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20~30대 연령층 중 만성 간 질환자나 혈우병 환자 등의 A형 간염 고위험군, 기초생활 수급자 등에게 따라잡기 접종을 실시한다면 즉각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없지만 일정 기간이 경과되면 질병의 조절이 가능할 것이라 예측된다. 이 같은 방법은 예산만 허락한다면 보건복지부에서는 추진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기획재정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지난해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 유행처럼 범정부적인 대처가 있다면 쉽게 처리될 수 있는 문제이다. 또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한데 직원복지 개념으로 각 회사는 20~30대 연령층 직원 중 면역이 없는 사람들에게 백신을 제공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국가적인 행사인 G20의 개최에 맞춰 전염병 시스템 역시 선진국 수준의 시스템으로 향상돼 국민 건강권도 함께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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