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PC업계 부도파장/만기어음 집중 내달이 고비

◎피해 3000억… “대혼란” “속단무리” 엇갈려/덤핑물량 유통·연쇄도산 가능성은 상존「찻잔속의 태풍이냐, 최악의 연쇄부도냐.」 「PC업계의 한보사태」로 비유되는 PC유통업체의 잇따른 부도로 PC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 파장의 범위와 규모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한 평가 자체가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피해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르고 범위도 대형업체에서 중소업체로 확산돼 결국 PC시장이 대혼란 상태에 빠져들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당사자격인 용산전자상가측은 2천6백개에 달하는 PC관련업체 중 정상적인 거래를 해온 80%의 소매상은 큰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 컴퓨터상우회로 구성된 용산연합회는 지난 15일 용산전자상가내 전자월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형 PC유통업체의 연이은 부도로 용산전자상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 처럼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권녕화 용산연합회장(전자랜드 컴퓨터상우회장)은 『현재까지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30∼40업체, 5백∼6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전체 컴퓨터관련업체들 가운데 80%를 차지하고 있는 소매상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것은 부도 어음이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3월에 가서야 알 수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소매상들은 정상적인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큰 피해는 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IPC의 부도를 첫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이번 부도 사태는 많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피해규모를 과소평가할 수만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피해규모가 줄잡아 3천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도 업체의 주활동무대인 용산전자상가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물리고 물린 피해업체들이 얼마나 될지 아직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연쇄부도의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무차별적인 어음배서 구조가 어디까지 확산됐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그 가능성을 높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업계에선 최근 잇따라 부도난 업체들의 덤핑물량이 잔뜩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앞으로 시장질서를 혼란시키는 요인으로 떠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IPC와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등의 부도로 대규모 덤핑물량이 용산을 중심으로 한 유통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많게는 수만대의 제품이 조만간 시장에 덤핑으로 돈다는 소문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말해 대량의 덤핑물량이 거래된다면 제품 가격구조를 파괴해 시장의 자정기능까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용산연합회측은 『현재 한국IPC의 제품이 덤핑으로 거래될 것이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만대의 제품이 용산에 유통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설상 덤핑물량이 유통된다고 해도 현명한 소비자들은 AS도 안되고 부품도 제대로 장착되어 있지 않은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근의 연쇄부도가 PC유통시장에 과연 얼마나 큰 충격파를 몰고 올 것인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 뚜껑은 3월에 집중돼 돌아오는 부도어음의 규모와 범위가 잡혀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PC유통업체의 부도설까지 나돌고 있어 업계의 동요가 날로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업체마저 무너진다면 국내 PC시장 전체가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말릴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또다른 복병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태풍전야에 불과하던 사태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어두운 예상을 업계는 감히 부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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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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