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생의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예술가들

■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 에드워드 사이드 지음, 마티 펴냄


인생의 말년은 원숙미로 충만해지는 때라고 한다. 공자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不惑) 나이를 40세라고 했고, 50세가 되면 하늘의 명을 깨우치고(知天命) 환갑을 맞는 60이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원만해져 이해가 빨라(耳順) 이를 삶의 지혜로 승화시킨다고 했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서양식 삶의 지혜를 대표하는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 역시 삶의 원숙함이 깃드는 노년이야 말로 축복이라고 말했다. 이런 통념에 따라 예술가들이 나이가 들면서 연륜과 지혜로 세상을 포용할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초심자의 치기와 미숙함을 지나 원숙함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거장은 기교의 과시나 세상과의 불협화음이 아니라 공인된 연륜과 지혜, 깨달음에 대한 칭송이다. '오리엔탈리즘'으로 유명한 문화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몇몇 예술가들의 독특한 '말년 양식'을 심도있게 표현한 책이 번역됐다. 책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2003년 9월 백혈병으로 사망하기 전 집필 중이던 유고작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비타협적이고 저항적이었던 예술가들의 말년에 대한 비평서다. 사이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카프리치오', '오보에협주곡', '호른 협주곡 2번', '메타모르포젠' 등 말년의 작품들이 갖는 시들지 않는 힘과 이전 과정을 묘하게 반복하고 있는 느낌, 심지어 퇴행적이고 추상적인 특징에 특히 매료된다. 사이드는 프랑스의 괴짜 지식인 장 주네에게서도 비슷한 매력을 느낀다. 내러티브가 없고 정치ㆍ사랑ㆍ역사에 대한 단상을 비연속적으로 두서없이 나열해놓은 '병풍'이나 '사랑의 포로' 등 주네의 말년 작품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독특한 감수성을 간파했다. 팔레스타인 출신인 사이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돌면서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아랍인에 대한 애정을 보인 주네가 '전복된 혹은 타파된 오리엔탈리즘의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닐까하는 친밀감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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