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이 은행장에 대한 평가를 은행의 주가 등 시장의 평가에 맡기겠다고 말함에 따라 시중 은행들이 주가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특히 주가 수준이 엇비슷한 은행간에는 상대방의 주가 동향에 신경을 쓰는 등 「주가 라이벌관계」가 형성되기도. 대표적인 경우가 하나은행과 한미은행.
이달 들어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의 주가는 두차례나 역전·재역전을 반복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한미은행의 주가는 1만1,000원대, 하나은행은 1만원대로 한미가 우위를 지켰으나 지난 3일 하나은행이 8,990원을 기록하면서 한미은행을 80원 차이로 앞서기 시작했다. 한미은행의 주가 하락폭이 하나은행보다 더 컸던 것.
한동안 하나은행이 한미은행의 주가를 앞서나갔으나 15일 재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미가 9,600원대로 회복된 반면 하나는 9,580원에 머물러 20원 차이로 역전이 된 것. 17일 두 은행의 주가는 다시 역전된다. 한미은행은 9,400원으로 떨어지고 하나은행은 9,710원으로 오른 것.
대부분의 증권전문가들은 그러나 하나은행의 가치가 한미은행보다 높다고 평가한다. 모증권사는 대우채 손실률 40%, 워크아웃 채권액 추가 손실률 35%를 가정할 때 한미은행의 주당 자산가치가 7,435원, 하나은행의 주당 자산가치는 1만1,457원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하나은행의 향후 1년간 주가가 2만원대가 될 것이라는 우호적인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분석과는 달리 한미은행의 주가는 외국계 펀드가 주식을 집중 매입, 하나은행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한미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1월 초까지만 24%대였으나 20일 현재 30.5%로 높아졌다. 두달 사이 외국인들이 한미은행의 주식을 616만주나 사들인 것.
삼성증권의 은행담당 애널리스트 백운(白雲) 팀장은 『한미은행의 경우 BOA의 지분철수와 관련, 지분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명수기자ILIGHT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