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수필] 주식거래와 톱밥

어떤 증권회사 사장이 자기들의 주식거래를 톱질에 비유한 일이 있다.『저희들은 열심히 톱질을 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올라갈 때는 쓱, 내려갈 때는 싹, 쓱싹쓱싹 톱질을 할 때마다 톱밥이 떨어집니다. 증권회사들은 그 톱밥을 먹고 살기 때문에 저마다 경쟁적으로 톱질을 많이 하려 합니다. 회사안에서도 누가 제일 많이 톱질을 했는가, 톱질을 잘한 사람이 유능한 사원으로 인정받아 특진도 하고 특별보너스도 받습니다.』 그러나 톱질을 계속하다보면 톱밥만 쌓인다던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1년간 주식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사며 증권회사에 지불한 매매 수수료가 10조원에 달했다는 집계다. 그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이 지불한 수수료 1조원을 빼면 소액투자자들이 9조원의 수수료를 증권회사에 냈다는 계산이다. 톱밥이 쌓이고 쌓여 10조원에 이르렀다면 증권회사들이 지난 1년간 얼마나 열심히 톱질들을 했을까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 돈을 벌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증권시장에 모여든 소액투자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수수료를 바쳤는가를 알 수 있다. 그렇게 하고도 투자자들이 돈을 벌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번 돈에서 조금 수수료를 뗀들 아깝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본전도 지키지 못한 경우 0.5%의 수수료가 높게 느껴지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주식을 샀다 팔았을 때 주가가 변동이 없었다면 팔고 사는 수수료만큼 마이너스다. 주가가 살 때보다 내렸다면 마이너스는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증권회사나 투자자들은 일구월심(日久月深) 주가가 오르기만 바라야 하는데 엿장수 마음같이 뜻대로 안되는 것이 주식이다. 며칠 전엔 국민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국민연금이 그 운영자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97년에만도 3,590억원을 탕진했다는 답답한 소식이 전해졌다. 원래 주식투자는 자기책임 아래 하는 것이다. 잘못 됐다고 해서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다만 잃고 나면 허망할 뿐이다. 투자자는 잃고 증권회사는 「톱밥」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면 누구를 위한 주식투자인가 하는 말이 나올 법하다. 이 시점에서 「증권회사들이 담합해서 고율(高率)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시비가 일고 있다. 「투자자는 봉인가」하는 불만이다. 여하간 증권회사들은 1년에 10조원을 챙겼고 실적 좋은 사원들에게는 억대의 연봉을 안겨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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