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車][발언대/6월 1일] 한국 자동차 '100년 기업' 되려면

류기천(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선임연구위원)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정부의 지원 없이는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질적인 파산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 80여년간 세계1위 자동차업체로 군림해온 GM의 파산은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몇년 전 유럽의 한 컨설팅기관에서 유럽과 일본 기업들의 평균수명을 조사했더니 단 13년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0개의 정보기술(IT)와 기술 관련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평균수명이 약 10년으로 나왔다. 일본에서도 닛케이비즈니스지가 메이지유신 이후 100여년 동안 일본 100대 기업에 오른 회사들의 수명을 연구했는데 평균수명이 30년 정도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965년의 10대 기업 중 1995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이 하나도 없고 100대 기업 중에서는 16개만 남았다. 100대 기업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 기업의 생존율은 16%인 셈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결과다.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짧은 기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현대ㆍ기아차는 2000년대 이후 빠른 성장을 이어가며 세계6대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만대 정도에 불과하던 자동차 판매가 4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미국ㆍ유럽ㆍ중국 등 해외생산도 150만대에 달해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현대ㆍ기아차가 과연 ‘100년 기업’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과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신뢰에 입각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이 선결 과제일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글로벌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위기극복은 물론 지속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100년 기업의 조건’이라는 책을 지은 케빈 케네디와 메리 무어는 “기업은 성장하면서 필수적으로 위기를 맞게 되는데 진짜 위기는 환율이나 유가와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의 실패나 학습역량의 상실과 같은 내부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진짜 위기는 ‘외부’ 환경 때문이 아니라 ‘내부’에 있음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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