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년새 277P폭락 “최악의 해”/97증시결산­기자방담

◎내년증시 외국인 주도… 2분기 부터 상승세/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급감·기업공개 포기 속출/그나마 일반인 매수세 줄이어 속락 방어 위안/공개매수 사기극 발생, 투자자 보호대책 시급/외국인 M&A 태풍… 투기성 핫머니 유입 우려도97년 주식시장은 개장 첫날 주가지수 6백53.79포인트를 기록한후 1월중에 7백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잠시 투자자들의 가슴을 들뜨게 만들었다. 삼미, 진로등 대기업군의 잇달은 부도사태로 상승세 한 풀 꺾인 이후 지난5월 5차 외국인한도확대와 채권시장개방가속화 보도로 주가지수는 7백92포인트를 기록하며 8백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었다. 그러나 한보 및 기아그룹 부도방지협약적용등 부도망령이 되살아 난데다 외환위기에 따른 국가부도우려 사태가지 거론되면서 결국 주가지수는 연초보다 42.44%나 하락한 3백76.31포인트로 추락했다.투자자들의 고통과 눈물로 얼룩진 97년증시를 되돌아보고 98년 증시를 조망해본다. □참석자 이종승 증권부 부장 (사회) 장인영 증권부 차장 김형기 증권부 기자 정완주 증권부 기자 안의식 증권부 기자 이정배 증권부 기자 최상길 증권부 기자 임석훈 증권부 기자 김희석 증권부 기자 정명수 증권부 기자 강용운 증권부 기자 때:97년 12월 29일 장소:편집국 회의실 ▲사회=올 주식시장은 IMF한파 등으로 「무주식」이 상팔자라는 증시 격언이 실감나는 해였습니다. 각종 악재들이 무더기로 쏟아졌고 특히 고려, 동서증권, 신세기투신 등 금융기관이 사상 최초로 부도가 나 증권계는 초상집 같은 분위기 였습니다. ­증시에서는 올해의 특징을 한마디로 「환장」이라고 합니다. 이는 증시에 미치는 외환시장의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단어이고 주가폭락으로 재산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가슴이 뒤집혀 졌다는「환장」을 함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난 11월7일 종합주가지수가 38.24포인트 하락해 일별로 사상최대 낙폭을 기록한데 이어 12월23일 사상최고의 하락률인 7.50%를 보였고 부도나 법정관리신청으로 관리종목으로 편입된 회사수도 70개사, 84개 종목에 이르는 치욕의 기록을 쏟아냈습니다. 또 주가가 액면가(5천원) 미만인 종목수도 전체 상장종목의 54.3%인 5백20개사에 달했습니다. ▲사회= 증시가 이렇게 공황장세를 보인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올해 증시는 시장수급여건등 내부적인 요인보다는 경기침체와 환율, 금리불안, IMF 긴급자금 신청 등 장외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추락장세를 보인게 특징입니다. 따라서 증시장기 침체는 정부의 실정으로 발생했다고 봅니다.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외화조달방식에 대해 정부가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기보다는 초단기로 외화를 조달하게 방치한 정부는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와함께 종금사의 난립과 대기업들의 중복 과잉투자등도 문제점으로 거론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경제붕괴에 대한 정확한 원인분석이 없었고 정책적 실기도 지적돼야 할 문제입니다. 기아사태가 발생한후 경제계 일부에서는 구조조정론이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되었습니다. 현정부의 무능을 부여준 것입니다. 태국 등 동남아 금융위기를 무시하고 한국은 이들 국가와 다르다는 안일한 낙관론으로 인해 IMF구제 금융신청 등 국가부도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증시붕락으로 발행시장이 마비돼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사실상 중단된 것도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했지요. ­올해 기업공개는 지난해 1조3천9백14억원에서 무려 65.5%나 감소한 4천7백93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또 유상증자도 3조6천5백15억원에서 2조7천58억원으로 25.9% 감소했습니다. 결국 증시가 기업의 직접 자금조달시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증시침체 지속으로 기업공개를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도 속출했습니다. 제일기획, 한국내화, 한국상호신용금고, 대원산업, 무림제지, 풍성전기등이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그나마 어렵게 기업공개에 성공했던 기업들의 상장후 주가가 공모보다 하락할 위험이 있어 주간증권사가 주가를 받치는 시장조성이 급증했고 팬택과 다우기술, LG칼텍스가스 등은 주간사들이 자금부담을 이유로 시장조성을 포기하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주가폭락으로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아픔도 심각했습니다. 증시폭락은 가정파탄에 따른 자살사태, 증권사직원들의 도피생활등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었습니다. ­퇴직금을 날린 명퇴자, 남편몰래 전세금 및 딸의 혼수비용을 털린 아주머니들의 눈물은 올해 증시 비극의 한 단면입니다. ▲사회=침체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뿐만 아니라 기관들의 매도물량을 거의 소화할 정도로 일반인들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는데 이에대한 해석이 다소 엇갈리고 있습니다. ­고객예탁금이 신용융자 잔고보다 2배가 넘는 3조3천억원을 상회하는 등 일반인들의 매수세가 주가지수의 속락을 방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주가가 바닥이라는 판단에 따른 예단성 매수세라고 해석됩니다. 결국 손해를 많이 보았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증시를 이탈할 때 그 물량을 받았으나 고스란히 손실을 입었습니다. ­자금시장 경색과 환율불안으로 인해 주가차별화가 진행된 것도 97증시의 큰 특징중 하나이지요. 상대적으로 중소형주가 대형주에 비해 자금조달면에서 취약합니다. 특히 IMF체제하에서 고금리 정책에 따른 한계기업들의 주가는 거의 바닥을 헤메고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상반기까지만 해도 입찰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하반기들어 기업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외환위기가 가시화되면서 12월중 입찰경쟁률이 1대1도 못미치는 침체국면을 보였습니다. ▲사회=금융시장의 생명은 신용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희대의 공개매수사기극까지 발생, 증권시장의 신뢰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중원이 두양산업과 대성주유기등과 함께 레이디가구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일반투자자들이 사기를 당했습니다. 공개매수의 제도적 헛점을 이용한 것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채권시장의 고금리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파장이 우려됩니다. 11월까지만 해도 10%대에서 움직이던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종금사들의 연쇄 영업정지에 따른 콜시장 마비, 대기업 부도속출로 인한 기업 자금 가수요, 외환위기심화등으로 12월들어 30%수준까지 폭등했습니다. 문제는 이정도 금리수준에서 살아남을 기업이 없다는 점입니다. 차입경영으로 대표되는 국내 기업들의 속성상 30%를 육박하는 금리수준은 치명적입니다. ­현물시장과 달리 선물, 옵션등 파생상품시장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체시장으로 일반투자가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활기를 띠었습니다. ­96년 5월 개설된 선물시장의 올해 거래량이 현물의 2배에 달하고 올해 7월에 선뵌 옵션시장도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일반투자자들의 선물시장 참여는 폭발적입니다. 총 선물거래량의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들이 헤지거래보다는 투기적인 차원에서 파생금융상품에 접근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와함께 전산용량 부족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는 불행한 일도 발생했습니다. ▲사회=내년 증시는 올해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IMF체제하에서 기존의 핵심우량주들이 쇠퇴할 가능성이 있고 의외의 우량 중소기업이 약진할 수 있는등 증시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1분기까지 주식시장은 약세장을 면치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금시장 경색과 고금리에 따른 한계기업들의 무더기 부도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환율이 안정되면서 외국인들의 증시유입이 예상되는 2분기부터 상승반전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산업기반 자체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외국인들의 M&A로 인해 유통, 금융, 자동차등 산업전반에 걸쳐 태풍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정부의 통화환수에 따른 자금압박 심화, IMF체제하의 재벌변신 불가피, 김대 중대통령 당선자의 기업관 등이 어우러져 산업별 업종별로 부침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IMF구제금융을 조속한 시일내 상환하는게 급선무인 만큼 김대중대통령당선자는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강력하게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인해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약진하고 대량실업, 임금삭감 등에 따른 내수침체가 불가피해 내수비중이 높은 업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회=내년 증시는 외국인들의 M&A경연장이 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우려되는 점은 고도의 금융기법과 저금리의 자금으로 무장한 외국인들의 「작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일정 지분을 확보한뒤 M&A소문을 흘려 국내 투자자들이 매수하기 시작하면 팔고 빠지는 방법입니다. 또 이 지분으로 대주주를 위협, 고가에 매입토록 하거나 인수를 희망하는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법도 예상됩니다. ­내년 증시는 외국인들이 주도할 것이 확실시됩니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충족을 위해 기관들은 매도세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통화환수가 본격화되는 1분기까지는 약세장을 보이다가 개방효과가 가시화되는 2분기부터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게 증권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내년중 외국인자금의 유입시기와 규모에는 환율안정이 절대적 조건입니다. 증시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이 전면 개방되었기 때문에 증시는 낙폭과대, 채권은 고금리 등으로 투자가치는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전문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조원 정도 증시에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환율이 안정되면 헤지펀드 자금이 내년 상반기부터 주식시장에 유입되고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들은 한국의 외환 및 경제의 안정을 확인한 후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핫머니성 외국자본 유입도 부작용이 예상되는 점입니다. 멕시코처럼 핫머니가 일시에 한국을 이탈, 또 다른 외환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증시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이 완전 개방되어 핫머니유입과 이에따른 국내 자금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핫머니 보다 장기투자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외국인들의 직접 및 합작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금융과 노동, 토지정책등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회=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IMF구제 금융을 단순한 치욕으로 생각하지 말고 국내 산업계의 체질변화 기회로 활용해 제2의 도약을 실현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내년에는 모든 증권인들과 투자자들이 웃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정리=이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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