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회복되면서 거시경제도 좋아지는 데 왜 일자리는 늘지 않나요”
지난 해 2월에 대학을 졸업한 박민철(28)씨는 졸업 후 수 차례에 걸쳐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낙방을 거듭, 낙담해 있다.
박씨는“경제학의 기본 원리대로 보면 수출이 좋아지면 내수도 살아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한숨을 쉬었다.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선진국의 세계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내수는 침체를 거듭하는 등 우리경제와 세계경제 간의 `비동조화`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국내경제도`수출증가-> 내수회복->일자리 확대`로 연결되는 등 동조화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 경제는 분명 다르다. 박씨의 말처럼 수출은 늘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얼어붙어`일자리 창출`이 국가적인 화두가 될 정도다. 노동부가 29일 발표한 `고용동향 전망보고서`를 봐도 기업들 가운데 22.2%만이 올 1분기에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혀 지난 해 4분기(22.5%)보다도 나빠졌다. 거시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동조화 현상의 원인에 대해 먼저 우리수출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ㆍ통신기기 등의 수입유발효과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수출이 늘면 부품 등 국내 관련 산업의 일감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본 등으로부터 수입물량이 증가, 내수에 별다른 파급효과를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반도체 등의 수입유발효과가 다른 부문에 비해 크고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그만큼 국내소비 진작효과를 기대하기 곤란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신용불량자가 급증해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투자 불안 등으로 인해 내수가 더 악화, 비동조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비동조화 현상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 “작년에는 소비와 투자가 급랭하면서 내수가 나빴지만 올 하반기께는 내수가 회복되면서 고용시장도 살아날 것으로 본다”며 “청년실업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이어서 당장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선진국시장의 회복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하반기 회복론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병직 노동부 과장은 “기업들의 경기실사지수(BSI)가 올 1분기에 회복된 만큼 추가적인 대내외 악재가 없는 한 시차를 두고 고용시장도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