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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 34조원을 웃도는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과 내수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려 일자리 창출과 내수경기 진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빅딜법' 또는 '원샷법'으로 불리는 '사업재편촉진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주요기업 투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투자 활성화 방안을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차·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LG화학·포스코·현대제철 등 16개사다.
이날 윤 장관은 "투자를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산업부 장관인 제가 앞장서 투자애로 해소에 필요한 모든 것을 처리해나갈 것"이라며 "인수합병(M&A)을 통한 주력·신사업 역량 강화, 비핵심 분야 이전 등을 통해 '군살은 빼고 핵심 근육은 키우는' 기업 체질개선에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재계는 기업 체질개선과 투자확대를 위해 일명 빅딜법으로 통하는 '사업재편촉진 특별법'을 시급히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빅딜법을 특별법 형태로 제정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전경련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제한, 법인등기 등록세 경감, 지주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규제 완화, 기업결함 심사기간 단축, 주주총회 특별결의 면제요건 완화 등을 요구했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도 빗발쳤다. 수도권 투자를 저해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같은 규제의 전면 재검토와 산지관광특구 조성에 대한 특별법 제정,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제한 및 공동출자 제한도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의 합리적 재산정과 통상임금 정의 입법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인세 인상 논의에 대한 기업인들의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정치권에서 법인세 인상 움직임이 있는데 이를 낮춰야 기업 입장에서는 더 좋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운 실정이지만 계획한 대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한시적으로라도 사업재편촉진 특별법을 만들어 기업들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신사업 발굴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참석 기업들은 국내 경기에 활력을 넣자는 데 공감하며 올해 33조4,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해 투자간담회에서 투자하기로 했던 프로젝트(28조4,000억원) 가운데 22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올해 착수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내에 15조6,000억원 규모의 평택 반도체 신규 라인 건설투자에 나설 계획이고 삼성디스플레이도 4조원 규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 안으로 OLED 라인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더해 정부가 규제를 풀면서 10조9,000억원의 투자도 추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OIL은 석유공사 저장탱크가 지하로 내려가게 되면서 산업단지 내 부지 부족을 해소하고 올해 울산에 8조원 규모의 신공장을 증설할 것이라고 전했다. GS칼텍스도 여수 산단의 녹지를 해제한 지역에 2조7,000억원의 공장 증설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포스코도 제철·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연료인 부생가스를 광양과 여수 사이에 교환할 수 있게 2,000억원을 들여 4㎞ 길이의 해저망을 올해 안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이 밖에 현대차가 엔진공장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고 현대모비스는 충주에 친환경 공장을 증축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세종=구경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