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민銀도 거부…당국 권유로 '혹' 떠맡아

부산저축銀, 3년전 부실덩어리 대전저축銀 인수 왜?<br>인수후 부동산 PF·유상증자 등 무리 거듭<br>업계선 "몸집키우기 욕심도 있었을 것"


지난 2008년 11월7일 금융위원회는 부산저축은행(이하 부산)의 대전ㆍ고려 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업계에서는 2건의 인수합병(M&A)으로 업계 1위로 뛰어오른 부산의 행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박에 가깝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며 '2등 전략'을 고수했던 부산저축은행은 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대전저축은행(이하 대전)을 인수했을까. 부산저축은행의 대전저축은행 인수 사연은 3년 전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6월 국민은행 전략담당 부행장인 C씨는 금융 당국의 연락을 받았다. 부실이 심각한 대전저축은행을 국민은행이 떠안아달라는 요구였다. 김광수 당시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현 금융정보분석원장)도 직접 인수를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1,000억원가량 투입하면 대전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골치 아팠다. 당시 대전은 자본잠식 상태였기 때문. 결국 꾀를 냈다. 국민은행은 삼일회계법인에 실사를 의뢰하면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대전 정상화에 약 5,000억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민은행은 이를 근거로 "부실이 커 인수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당국에 전달했다. 금융 당국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결국 황영기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에게 불려가 인수 불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야만 했다. 감독 당국은 대안을 찾아야만 했다. 그해 9월 고민 끝에 찾아낸 묘안이 부산이었다. 동종업계이면서 그나마 건실하다고 판단해 떠맡기기로 한 것이다. 부산의 대전 인수를 돕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시하기도 했다. 부실사 인수에 쓴 자금 120억원당 지점 1개를 수도권 등에 낼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김광수 원장은 4월 기자와 만나 "당시 금감원에서 부산이 대전을 인수한다고 해 문제 없이 잘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며 "문제가 없다고 해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 입장에서는 혹을 떠안는 격이었다. 김민영 부산2저축은행 대표는 본격적으로 경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지난해 9월 기자에게 "감독 당국의 강요로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어려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금감원을 고소할 생각도 있다"고 토로했다. 감독 당국의 강권에 못 이겨 대전을 인수했다 부산 계열 전체가 모두 어려워졌다는 얘기였다. 업계에서는 "감독 당국의 강요로 한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부산저축은행도 몸집을 키우려는 욕심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은 대전 인수 후 무리를 거듭했다. 2008년 6월 말 7,923억원이었던 대전의 자산은 2010년 6월 말 1조7,656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부산저축은행은 대전저축은행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앞뒤 재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뛰어들었다. 가뜩이나 심각한 PF 부실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결국 부산은 외부 자금줄을 찾게 됐다. 지난해 2월 감사원의 요구로 강도 높은 검사를 받았고 감독 당국의 압박도 심해지자 유상증자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올해 3월 감사원이 공개한 '서민금융 지원시스템 운영 및 감독실태'를 보면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 당시 부산의 턴키베이스(이자까지 대출해주는 방식) 대출과 분식회계, 불법대출까지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국의 건전성 제고 압박이 강해지자 부산은 지난해 6월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의 주선으로 포스텍 장학재단과 삼성꿈나무재단에서 각각 5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부산 측은 "(포스텍과 삼성꿈나무재단은) 증자 참여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면 이들이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비밀유지에 공을 들였다. 뒤집어보면 이들 장학재단도 저축은행에 투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노력도 한번 어긋난 궤도를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월 부산 계열 5개사는 유동성과 건전성 문제로 잇달아 영업정지를 당했다. 강성우 부산저축은행 감사는 부산이 영업정지를 당한 2월1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감독관이 파견 나와 있어 예금금리를 올리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5월 발표된 검찰 수사 내용은 전혀 달랐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은 분식회계와 불법대출 등 7조원대 규모의 경제범죄를 저질러왔다. 2008 회계연도에 768억원을 순이익을 거두며 업계 최고기록을 세우고 금감원으로부터 "저축은행 업계의 모범"이라는 칭찬까지 들었던 부산저축은행은 순식간에 몰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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