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이 난맥을 거듭하면서 갈수록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새정부 정책이 원칙과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는 것은 물론 늑장과 임시방편적 대응에 급급해 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정부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총체적인 대응보다는 임기응변식 대응에 급급하고 종합적인 조정기능도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산정책은 선제적인 대응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미 과열될대로 과열되고 투기꾼들이 한탕 하고 지나 간 뒤에 무슨무슨 지구다 지정해 봤자 정책의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며 정부의 늑장대응을 비판했다.
금리정책도 마찬가지다.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을 제쳐놓고 재정경제부가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정치인들이 금리인하를 강조하고 뒤늦게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하는 등 정책결정의 주체도 애매모호해지고 있다. 급기야 한국은행 총재가 당초 소신을 접고 금리인하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시장은 콜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구나 정부의 잇딴 부동산투기억제대책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하할 경우 오히려 주택자금조달금리를 싸게 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정책이 종합적으로 조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경제문제는 부총리가 총괄조정해 교통정리를 했으나 국민의 정부 후반부터 `따로국밥식`으로 운영돼 혼선과 부처간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정책의 혼선과 난맥상은 이밖에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경유차 배출가스 허용기준 완화도 같은 사례다. 정부는 지난 3월 경제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2005년부터 경유승용차 도입을 허용하기 위해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11일 이를 백지화했다.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재산관련세제를 통합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해당부처인 재경부와 행자부의 입장은 서로 다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장관들과 2년동안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현 정부각료들은 어느 정부 때보다 힘이 실려 있는게 아니냐. 2년동안 소신껏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데도 너무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재계관계자는 “정부정책이 일관성을 상실할 경우 시장의 혼란은 예상보다 크고, 기업들은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며 일관된 정책추진을 강력히 주문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