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좌담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프로젝트 대장정을 마치며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 공동 개최

시민들의 지적호기심 충족과 공공도서관의 역량강화 성과 거둬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프로젝트가 4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다. 지난 27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고인돌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와 개선 및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는 강의를 이끌어간 설성경 연세대 교수 등 6명의 강사 대표, 서울시교육청 정미연 팀장 등 관계자, 도서관의 인문학강좌 담당 사서 그리고 기획을 맡은 백상경제연구원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SK텔레콤이 후원한 이번 고인돌 프로젝트는 22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에서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37개 강좌(각 5차시)가 열려 약 2,000명의 수강생들이 참석했다. 이번 강좌는 문(文)ㆍ사(史)ㆍ철(哲)의 인문학적 본령을 중심으로 하되 영화, 건축, 미술 등 다양한 학문들과 매체들과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인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시민들의 지적 호기심 충족과 공공도서관의 역량강화를 위해 시작한 이번 강좌는 정부의 인문학 부흥을 통한 창조경제의 가능성을 전파하고 시민들에게 인문학으로 사고의 힘을 키우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어울려 함께 듣는 인문학 강좌가 개인적인 활동인 책읽기와 연계하는 데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편이 될 것이라는 데 중지를 모았다.

지역사회의 문화적 구심점 도서관, 학자들에겐 지적성과물 직거래장

‘한국고전의 비밀스런 탐독’강좌를 맡았던 설성경 연세대 교수는 “인문학자들은 더 이상 닫힌 공간에서 학계 내에서만 안주하는 자족적인 연구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순수학문이라 여기는 인문학을 응용학으로 발전시켜 인기학문과 그 고도를 같이 맞춰 나가야 한다”며 “연구하고 논문과 책 쓰는 게 학자의 역할에서 절반을 차지한다면 나머지 절반은 연구 성과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문화 예술 분야 등 다른 장르에서 콘텐츠를 가공할 수 있도록 같이 협력해 나는 것이다. 도서관은 인문학자들의 지적 성과물을 직거래 할 수 있는 곳으로 복잡한 유통 구조를 거치지 않고 시민들과 최고수준의 인문학적 지식을 함께 나눠가질 수 있는 평생교육의 장”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이 지역사회의 문화적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고(古)정원과 문화’의 강의를 맡았던 김학범 교수는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아침 일찍 남산도서관에 줄을 서서 간신히 들어가 줄곧 공부하는 게 전부였는데 이번에 고인돌 프로젝트에 참여해 도서관에서 시민들과 만나보니 도서관은 이제 지역사회의 문화적 중심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도서관에서 강좌를 듣는 시민들의 지적 수준은 상당히 높아 대학수준의 강의를 요구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더니 만족도가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도서관 인문학 강좌는 시민들의 사고력 키우는 마중물

인문학 강좌는 시민들이 사고의 힘을 키우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영화 속 고전읽기’강의를 진행했던 강안 작가는 “강의에 참여한 시민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 대학교 강의보다 더 긴장이 됐다”며 “대학 수준의 인문학 강의를 공공도서관에서 들을 수 있다면 시민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시민들이 두꺼운 고전읽기를 어려워하는 데 영화를 보면서 작가의 삶과 고전의 텍스트에 대한 강의를 하면 부담을 덜어주고 원전에 대한 호기심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영화 등 친숙한 매체가 텍스트와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고와 개포도서관에서 ‘영화 속 고전읽기’강좌를 맡았던 최은 박사는 “영화가 어떻게 사회를 담아내고 있는가, 보고 즐기고 감동을 받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이 어떻게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할까에 주안점이 맞춰졌다. 결국은 텍스트를 스스로 읽는 수 밖에 없다”며 “영화는 대중적 매체이기 때문에 시대적인 상황을 담아낼 수 밖에는 없기에 원작과는 별개의 해석이 담길 수 있다. 영화는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톨스토이, 피츠제럴드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수강생들이 직접 확인하라는 말로 텍스트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인문학 강좌로 키운 공감대 개인적인 독서활동으로 이어져


인문학 강좌가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책읽기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정미연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진흥과 팀장은 “201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인문학 강좌가 책읽기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70%가 넘을 정도”라면서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다양한 매체와 독서지도 방법을 동원해 시민들이 고전문학 등을 직접 읽으면서 텍스트의 행간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공공도서관의 인문학 강좌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관련기사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의 지적수준이 높아져 인문학 강좌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미연 개포도서관 팀장은 “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좌를 들은 학부모들은 집으로 가서 자녀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온 가족이 책에 관심을 키우게 된다. 모임에 나가서도 인문학을 주제로 작가에 대해 한마디 할 수 있어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끼게 되니까 실제 도서관의 풀뿌리 인문학은 그 생명력이 질기다 할 것”이라며 “관내의 학교들과 공공도서관이 연계하려면 사서들 역시 발로 뛰어야 한다. 학교를 섭외하고 담당 교사들과 협의하고 홍보지를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힘들어도 중단할 수가 없다”며 웃었다. 한정인 고척도서관 사서는 “2012년 처음 인문학 강좌를 도서관에 개설했을 때 이용자들의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는데 100여명이 신청해 시청각실이 꽉 차 담당자로서 놀랐다. 인문학 강좌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도서관이 해야 할 핵심사업 중 하나”라고 못박았다.

이번 강좌에는 청소년들을 직접 찾아가서 인문학의 맛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포함돼있다. 경기고(영화 속 고전읽기), 숭문고(영화 속 고전읽기), 언주중(이어쓰고 다시쓰는 고전), 아현중(하이테크 속에 숨은 철학), 신도림중(이어쓰고 다시쓰는 고전) 등 5개의 학교를 직접 찾아가 5주씩 주제별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했다.

정답 없는 인문학에서 학생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해야

언주중학교와 신도림중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했던 최옥정 작가는 “혼자 글쓰는 작가 입장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강좌였다. 부모, 교사, 동네 수퍼아저씨 등 아이들이 그동안 만났던 어른과는 조금 이색적인 작가를 만나 책과 인생 그리고 진로를 이야기해 줄 수 있어 학생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역할을 한 것 같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러 갔다기 보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직관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에게서 되레 배우는 게 더 많았다”고 말했다. 고척 도서관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교과서 속 인문고전’강좌를 맡았던 류대곤 인천 하늘고 교사는 “평일에 저녁 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지쳐있는 학생들의 현실을 잘 알고 있어서 토요일 도서관에서 열리는 강좌를 찾는 학생들에게는 인문학 힐링의 시간으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며 “책을 많이 읽는 학생들도 실제로는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을 되새김질 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정답이 없는 인문학에서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만의 답을 찾고 그 답에 대한 근거를 찾아 사람들을 설득해 나갈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주고 싶다”고 말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좌담회 참석 강사 약력(가나다 순)]

▦강안 작가=작가, 고려대 국문과 박사 수료, 안양대 출강, 저서: 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 아기구름 하양이, 참나무 숲이 된 교실, 이상한 나라 외

▦김학범 한경대 교수=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한국조경학회장, 저서: 우리명승기행, 마을숲, 서양조경사 외

▦류대곤 하늘고 교사=인천 하늘고 교사,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학사, 동 대학 석사, 저서: 청소년을 위한 한국고전문학사

▦설성경 연세대 명예교수=연세대 국문과 명예교수, 남해유배문학관 명예관장, 강진 다산실학연구원 원장 제25회 외솔상 수상, 저서:춘향전의 비밀, 홍길동전의 비밀, 구운몽의 비밀 외

▦최옥정 작가=소설가, 2001년 단편 기억의 집으로 등단, ’식물의 내부‘로 허균문학상 수상, ’위험한 중독자들‘로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 저서: 식물의 내부, 스물다섯개의 포옹, 안녕 추파춥스 키드, 위험한 중독자들, 포토에세이집 On the road외

▦최은 박사(영화이론 전공)=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이론 전공박사, 아주대 출강

사진 왼쪽부터 문효진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 사서, 최병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 사서,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옥정 작가, 강안 작가, 김학범 한경대 교수, 설성경 연세대 명예교수, 정미연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 팀장, 이미정 개포도서관 사서, 한정인 고척도서관 사서, 최은 박사, 류대곤 인천하늘고 교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