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회복의 징후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경상수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4월 중 경상수지는 9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2년간 이어졌던 ‘흑자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해외에 물건을 팔아서 벌어들인 돈보다 외국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쓴 돈이 많았다는 뜻이다. 과연 유일한 ‘성장엔진’인 경상수지 흑자전선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분야별로 점검해본다.
4월29일 한국은행 기자실. 김병화 경제통계국장이 3월 국제수지 브리핑을 하던 말미에 ‘4월 경상수지가 배당금 지급으로 소폭의 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2년 동안 경상수지가 흑자행진을 이어오던 터라 기자실의 분위기는 순간 썰렁해졌다.
한달 뒤 발표된 4월 경상수지는 김 국장의 전망대로 9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적자폭은 당초 예상보다 컸다. 정삼용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선박수출의 통관과 인도 차이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폭이 예상보다 5억달러 가량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수출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5월부터는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몇 번씩 강조했다.
한은의 예상과는 달리 상당수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일시적인 요인으로만 돌리기에는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가장 걱정되는 부문은 그동안 경상수지에서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온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둔화되고 있는 대목이다.
상품수출금액에서 수입금액을 뺀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5월 중 21억1,000만달러로 4월(24억달러)보다 2억9,000만달러 줄었다. 상품수지가 급감한 것은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 증가세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기 때문.
5월 중 수입은 18.4% 증가한 211억9,000만달러. 1~5월 누적수입액은 전년동기 대비 14.8% 증가한 1,02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수출은 11.8% 늘어난 233억달러로 5월까지 누적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3%(1,130억7,000만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수입이 늘어난 것이 내수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환율하락에 따른 가격요인 때문이라는 데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내수긴축이 지속되고 중국이 위앤화를 대폭 절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대미 수출증가율은 7.3%(137억6,000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21.5%)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중 대중국 수출증가율도 60.1%에서 22.9%로 급락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박사는 “세계경기가 위축되고 환율하락 속도가 가팔라 앞으로 상품수지가 흑자쪽으로 개선되기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이라며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당초 목표치인 160억달러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변연구소 관계자는 “내수 성장엔진이 미처 가동되기도 전에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며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면 국내 생산활동은 위축되고 나아가 경기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