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는 "통상 보세구역은 세계 각지로 운반되는 원자재 등의 기착지로 활용됐으나 물건의 보안과 주인의 익명성이 보장되고 면세 혜택이 있으며 영구예치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최근 부자의 귀중품 보관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철통보안이 이뤄지는 면세구역 내 특수 컨테이너박스에 보관되는 물건은 고급 와인부터 명화ㆍ귀금속 심지어 클래식 자동차까지 다양하다. 현재 스위스ㆍ룩셈부르크ㆍ싱가포르ㆍ모나코 등의 보세구역에서 귀중품 보관이 성행하고 있으며 이들 보세구역의 연간 보관료는 그림 한 점이 1,000달러, 작은 방 하나 크기의 물건들은 5,000~1만2,000달러 정도다. 부자들이 보관한 이들 물건 가치의 정확한 규모는 추산할 수 없지만 현재 수천억달러 수준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설명했다.
이처럼 보세구역이 새로운 조세회피처로 각광받는 것은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데다 케이맨제도 등 전통적 조세회피처의 비밀주의도 사실상 종료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에서 탈세를 위해 후진국에서 성행하는 현금 밀반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주식ㆍ채권 등 금융자산 가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귀중품이 더 큰 수익을 돌려준다는 믿음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며 귀중품 투자가 늘어난 탓도 크다. 이코노미스트지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귀중품의 수익률은 주가수익률을 크게 상회했다. 전세계 부자들이 늘어난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시장조사 업체 웰스X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3,000만달러 이상의 부호는 지난해보다 6% 늘어난 19만9,235명에 달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ㆍ인도 등의 부호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 국가의 정부가 현재 서구보다 낮게 책정된 고가품 세율을 올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금을 피하기 위해 보세구역을 찾는 세계 부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