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규제개혁 이제는 質이다

지난 4년간 국민의 정부는 규제완화 대상으로 꼽혔던 1만1125건 가운데 5933건을 페지하고 3176건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경제관련 규제의 경우 143개 과제를 정비하고 산하단체 협회 등이 행사하는 유사행정규제 1857건을 폐지하고 627건을 개선하는 실적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제5단체가 건의한 363개 과제가운데 252건을 처리해 70%의 수용율을 보였다. 일단 건수면에서 규제완화는 나름대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한번 만들어지면 좀처럼 없애기 어려운 것이 규제의 속성인 점을 감안 할 때 무려 1만건이 넘는 규제를 없애거나 개선한 것은 상당한 성과라 할수 있다. 특히 경제관련 부처나 단체를 중심으로 규제개혁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산업자원부, 노동부, 관세청등 경제부처들이 규제개혁에 앞장선 것은 경제관련 규제개혁에 탄력이 붙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처럼 규제완화 건수가 많다는 것은 그동안 규제완화가 얼마나 겉돌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규제개혁은 단골 공약이 돼왔지만 아직도 수천건이 개혁 또는 완화대상으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국민의 정부 이후 양적인 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기존 규제개혁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의사등 이른바 힘있는 단체들과 관련된 개혁입법의 경우 대부분이 국회 처리과정에서 유야무야되고 만 것이나 비경제부처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규제와 권한이 강화되고 있는 것등이 단적인 예라 할수 있다. 이러다 보니 기업이나 국민이 느끼는 체감규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여전히 규제가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자유도면에서도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도 규제개혁은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규제개혁이 형식에 흐르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서류간소화나 절차줄이기 등의 지엽적인 차원을 넘어 정부와 공공부분이 맡는 역할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적 의미의 규제개혁이나 완화가 아니라 경쟁국이나 선진국을 벤치마킹하?상대적 의미의 규제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월드컵 대책이 국가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규제개혁은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있어서 첫번째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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