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28일] <1254> 윌리엄 펜


처칠과 라파예트, 라울 발렌베리, 마더 테레사. 영국 총리와 미국 독립전쟁시 프랑스 지원군 사령관, 유대인을 나치의 박해에서 구한 스웨덴 외교관, 평생 인도의 빈민을 구제한 수녀인 이들은 ‘미국 명예시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 명예시민은 모두 여섯 명. 나머지 두 명은 부부다. 윌리엄 펜(William Penn)과 그의 부인 한나(Hannah). 펜은 펜실베이니아주와 필라델피아시를 만든 인물. ‘펜실베이니아’라는 이름도 그의 성과 ‘숲’을 뜻하는 라틴어 ‘실베니아’에서 나왔다. 영국 해군 제독의 아들로 1644년 태어난 그는 부친에게 빚을 지고 있던 국왕 찰스 2세에게 광대한 식민지 땅을 하사 받아 1682년 아메리카로 건너왔다. 펜은 이상향을 세우려 마음먹었다. 종교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토지를 나눠주고 인디언과도 친구로 지냈다. 환경까지 고려한 계획도시인 필라델피아도 ‘우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거로 뽑히는 의회를 만들고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는 사람을 처벌할 수 없도록 법 제도까지 갖췄다. 종교적 관용과 쾌적한 주거환경은 경제적 번영을 낳았다. 최초의 주식거래소가 생기고 한동안 미국의 수도 역할을 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말년에는 본국의 소송에 휘말려 재산을 잃고 비서에게 배신 당해 한때 채무자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으며 이후 건강이 나빠져 76세로 사망했지만 그는 아직도 미국 민주주의 정치의 틀을 그린 인물로 존경 받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1984년까지 그의 동상 높이(167m) 이상의 고층건물 신축을 금지했었다. 수많은 저술 중에는 아메리카 합중국과 유럽연합에 관한 구상까지 들어 있다. 시대를 앞서가고 인간을 사랑한 그는 1983년 11월28일 미국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관용과 박애의 정신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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