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PGA·LPGA 숨겨진 이야기

경쟁속 동료애 싹트고… 눈속임도

나흘 대회 상금으로 보통 400만달러 이상이 걸리는 미국 PGA투어. 세계적인 골프 선수들이 집결, 매주 피 말리는 승부다툼을 펼치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도 사람들로 이뤄진 집단인 것은 분명하다. 스코어와 샷, 마지막 라운드 대접전 등으로만 보여도 그 속에는 농담과 유머가 있고 실수와 눈속임이 있다. 한국선수가 대거 포진하고 있는 LPGA 무대 역시 마찬가지. 코오롱엘로드 소속 선수들인 나상욱과 안시현을 중심으로 올해 PGA투어와 LPGA투어를 10여개씩 지켜본 사진기자 정진직, 한석규씨와 최민석 프리랜서 기자 등을 통해 이 두 개 투어 속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쟁 속에 핀 싹튼 동료애(?)=나상욱이 컷 탈락한 크라이슬러클래식 오브 그린스보로 대회. 나상욱이 내내 퍼트 부진에 시달리며 4퍼트를 2번이나 하고 있었다. 주니어 시절 나상욱과 함께 활동하기도 해 친분이 있는 동반자 행크 퀴니가 “템포가 안 맞는 것 같다”며 한마디 던졌다. 잠시 생각한 나상욱은 이후 리듬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마지막 홀에 버디를 잡아냈다. 그리고 두 선수는 눈을 마주친 채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주고 받았다. 사실 경기 중 캐디 이외의 사람에게 조언을 받으면 2벌타. 이 경우 충고해 준 퀴니 역시 벌타 감이다. 그러나 PGA투어 역시 사람 사는 곳. 동료가 끙끙 거리고 있으면 가끔 한마디 툭 던져 주기도 한다. 물론 자신의 순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다. 당시 퀴니가 조언한 것은 나상욱의 컷 탈락이 확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벌금에 관한 에피소드=선수들 사이에 두고두고 화제가 되는 벌금 사건은 지난 2001년 9ㆍ11테러 직후 조너선 케이의 경우다. 당시 신인이었던 케이는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투어 배지를 호텔에 두고 오는 바람에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경비를 맡은 경찰대원이 다른 선수들이 “선수가 맞다”고 확인을 해줬는데도 막무가내로 배지 없이는 안 된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결국 호텔에 갔다 온 그는 경찰대원 앞에서 갑자기 바지를 벗어 내렸다. 배지를 속옷 앞에 달고 왔던 것. 케이는 결국 경기장에 들어설 수는 있었지만 경관 모독에 선수 품위 손상으로 벌금을 내야 했다. 지난해 유럽투어에서 샘 토렌스가 냈던 벌금도 캐디들 사이에서는 화제다. 그가 경기 중 욕설을 하는 것을 본 갤러리 한 명이 경기 위원에게 신고, 마지막 홀을 마치자 마자 5,000달러의 벌금을 내게 됐는데 1만달러 수표에 사인을 해 주더니 “잔돈 필요 없다”며 돌아서서 바로 그 갤러리에게 욕을 던졌다고. PGA투어 선수들은 욕설을 퍼붓는 등 선수나 투어의 품위를 손상시킬 경우 벌금을 낸다. ■선수 부인들의 생활은=PGA나 LPGA는 물론 아마추어 대회도 선수들이 출전 신청을 하면 운영본부 측에서 일단 봉투를 준다. 떠돌이 생활이기 때문에 그 지역의 호텔, 음식점 등 각종 정보를 모아 주는 것. 그런데 PGA투어의 경우는 이 봉투에 부인들을 위해 스파나 쇼핑몰 정보지를 더 넣는다. 남편들은 열심히 연습하고 경기하는 동안 부인들은 그 지역 쇼핑몰을 누비는 것. 물론 최경주의 부인 김현정씨처럼 아이가 학교에 다녀 따라다니지 못하는 부인들은 다른 집의 경우 남편과 나눠 하는 온갖 일을 혼자 하며 산다. PGA투어는 또 보모 시스템이 완벽하게 돼 있어 부인들이 남편을 따라 갤러리하기도 쉽다. 탁아 시설에 있는 보모들은 유난히 미모가 출중한 아가씨들이 많은데 개중에는 총각 선수와 눈 한번 마주치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한편 비제이 싱의 부인은 남편이 우승을 해도 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PGA투어 항간에는 ‘인물이 떨어져서’라는 루머가 있다고 한다. 대회마다 피팅 트럭을 몰고 PGA투어를 따라다니는 모 용품업체의 사원은 “싱이 매일 연습장에서 사는 것은 아내 얼굴 때문”이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고스란히 날린 상금=지난 5월 MBC-XCANVA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안시현은 상금 3,600만원을 챙겼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뒤 계산해본 결과 남은 것이 거의 없었다. LPGA투어 측에 1만5,000달러의 거액 벌금을 내야 했기 때문. 이는 안시현이 시즌 초 미국 투어에 등록할 때 자신의 분류 항목을 잘못 기재해 외국인이 아닌 도메스틱(국내) 선수로 올린 탓이었다. 비미국인 선수는 자국 대회라면 7개까지 별도 신고 없이 출전할 수 있지만 도메스틱 선수의 경우 미국 대회가 있는 주간에 다른 나라 대회에 출전할 경우 최소 한달 전에 신고해야만 하는데 안시현이 기간 안에 신고하지 못했던 것. ■프로들도 속인다=동전치기, 샷 방향 알려주기…. 갤러리와 TV카메라에 둘러싸인 상황이 아닌 경우 간혹 눈 속임을 하는 프로골퍼도 있다. 동전치기는 볼 마커를 놓을 때와 집을 때 조금씩 앞으로 당겨 놓는 행동. 마커 있는 쪽에 퍼터 헤드를 댄 뒤 실제 볼 자리보다 앞쪽으로 퍼터 페이스만큼 당겨 마크를 한 뒤 집을 때도 마찬가지 행동으로 볼을 홀 가까이로 옮기는 것이다. 모 한국 여자 프로골퍼가 미국 퀄리파잉스쿨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가 지탄 받은 바 있다. 샷 방향 알리기는 도그레그 홀의 경우 캐디가 지나가면서 슬쩍 수건을 떨어뜨려 샷 해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행동. 심심치 않게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내는 한 미국인 남자 프로는 캐디와 호흡이 척척 맞아 도그레그 홀만 만나면 캐디가 앞서 나가며 수건을 흘린다고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