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인 투자자들이 장기 침체의 그늘에서 막 빠져 나오고 있는 일본 부동산 시장에 앞다퉈 가세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경제 회복전망과 현지의 부동산 규제 완화,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및 엔저 효과 등 각종 호재를 감안할 때 일본 부동산 시장이 ‘투자 적기’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다.
1일(현지시간) CNBC는 “일본이 ‘제2라운드’에 돌입한 아시아 부동산 시장에서 최대 수혜주로 부상할 것 같다”며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일본 내 최대 투자 세력으로 부상하며 일본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왕서방’들은 자국 내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쓸만한 매물이 줄어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홍콩ㆍ싱가포르ㆍ뉴욕ㆍ런던 등 해외 부동산 매입에 주력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들 시장에서 ‘버블 조짐’이 잇달아 엿보이자 다음 타깃으로 일본을 골랐다.
홍콩 소재 글로벌 부동산투자업체인 존스 랭 라살의 메이 왕 상무는 “일본 부동산에 대한 (중국인들의) 문의가 지난 3개월 동안 15% 가까이 늘었다”며 “중국 내 자본 통제도 추가로 완화되고 있어 중국 부유층의 일본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유력 조사기관인 롬바르드스트리트리서치도 이날 ‘일본의 부동산 파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일본 부동산에 대한 중국인들의 투자 열기를 전했다.
일본의 물가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싸지만 부동산 가격은 장기 침체를 반영, 세계 6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방 3개짜리 고가 아파트의 경우 싱가포르에서는 스퀘어피트 당 3만달러를 줘야 하지만 도쿄에서는 2만2,000달러에 그친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투자비율도 10%로 런던(63%), 뉴욕(31%)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만큼 추가 상승 여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중국 부유층들의 판단이다.
중국인들이 집중 투자한 분야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중국발’ 상승 효과를 가장 높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체스터튼의 도날드 한 상무는 “중국 부유층은 한동안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도쿄 주거용 부동산에 특히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 등 대도시 호텔도 인기”라고 전했다. 올림픽 개최 효과로 도쿄 일대에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공공 교통수단 역시 확장일로여서 공공빌딩보다는 주거용 부동산이 향후 몇 년 동안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실제 지난 7월 도쿄 아파트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12.2% 급등하며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투자 열기를 반영했다.
CNBC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확대되며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중국 부유층의 매입 열기는 현지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 보다 더 뜨겁다”며 “일본 부동산 시장으로서는 중국 자금이라는 최대 호재와 만난 셈”이라고 전했다. 김희원 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