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통신사업자들과도 주도권 경쟁 예고

유럽 이통사들, 주요 수익원 상실위기 반격 나서<br>노키아에 서비스 중단·단말기 공급선 교체 추진<br>국내 단말기업체는 시장 공략 한층 유리해질듯


글로벌 이동통신시장을 둘러싸고 통신사업자와 비통신업체들의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애플과 노키아ㆍ구글 등 비통신업체들이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이통시장 진입을 추진하자 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거나 단말기 유통 채널에 대한 봉쇄에 돌입하는 등 반격을 가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립이 삼성전자ㆍLG전자 등 우리나라의 단말기 제조업체에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필요한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최근 발표된 노키아 ‘N71’은 표면적으로 자체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이다. 음악 다운로드는 음성통화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높은 이통사의 주요한 수입원 중 하나다. 따라서 음악 다운로드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은 통신사가 가져가던 주요한 매출원을 해당 업체가 빼앗아간다는 의미다. 이렇게 될 경우 모든 통신부가 서비스는 통신업체를 통해 받는다는 원칙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통신서비스업체는 단순한 통신망 제공업자로 전락하고 콘텐츠 제공업체가 서비스 주도자로 넘어가게 된다. 덴마크의 컨설팅업체 스트랜드컨설트의 존 스트랜드 사장이 “이통업체들이 통신 네트워크와 서비스ㆍ마케팅을 위해 수억달러를 투자했지만 지금 이것은 거대한 재앙이 됐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의미다. 유럽의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애플에 이어 노키아까지 온라인 음원 다운로드 프로그램인 ‘오비’를 앞세워 통신시장에 눈독을 들이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 동안 철옹성처럼 지켜져왔던 ‘독과점’의 성역을 정보기술(IT) 업체들에 내주며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유럽의 이통업체들은 노키아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거나 단말기 공급선을 대만이나 중국으로 바꾸는 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 실제 프랑스텔레콤의 이동통신 자회사인 오렌지의 경우 만약 음악을 자신들의 다운로드 프로그램을 통해 내려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노키아의 단말기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보다폰도 노키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휴대폰 공급선을 대만이나 중국으로 바꾸고 제조사설계생산(ODM) 방식으로 휴대폰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만의 서비스를 충실하게 지원하는 휴대폰을 앞세워 통신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글로벌 이통시장을 둘러싼 통신업체와 비통신업체간 경쟁은 한국업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도 있다. 통신시장을 장악하려는 애플이나 노키아를 견제하기 위해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전자전시회 ‘IFA 2007’에 참석 중인 김종은 LG전자 유럽총괄사장은 “유럽의 여러 이통사로부터 제품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며 “한국의 휴대폰이 유럽 터줏대감인 노키아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사장은 또 “유럽 메이저 이통사들은 유럽 3세대(3G) 시장에서 ‘오픈마켓(유통업체를 통한 직접 판매)’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다”며 “이통사들도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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