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내년 한국의 수출·은행주의 신용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정유주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무디스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국내 수출·은행주와 정유주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수출주의 내년 신용도는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톰 번(사진) 부사장은 "한국의 제조업이 엔화 약세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실적을 보여줬다"며 "최근 중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점은 수출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엔저보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의 상승이 더 위험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 내수주인 은행주에 대해서는 내년에도 긍정적인 신용도를 유지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업 대출에 쏠린 여신 포트폴리오(배분)는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번 부사장은 "한국 정부가 은행에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은행 대출 구조가 기업에 지나치게 쏠려 있어 기업 대출과 가계 대출이 균형 잡힐 수 있도록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정유사들의 신용도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크리스 박 선임 부사장은 "무디스가 전체 기업 84%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이라고 볼 정도로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견고하지만, 올해 유가 하락과 부진한 실적이 겹친 정유주들의 신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진다면 신용도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 정책)로 대변되는 국내 경제 정책이 기업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번 부사장은 "최 부총리가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책에 앞장서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를 이끄는 효과가 있어 국내 기업 신용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가 재정 확대 외에도 정책금융을 통한 부양책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등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기업들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