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李당선인, 통폐합 부처 '밥그릇 싸움' 경고

'화학적 융합' 주문<br>지식경제부등 직제 원점 재검토 가능성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과천 중앙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이명박 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합동워크숍’에 참석해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단순한 (부처) 통합이 아니다. 하부조직까지 기능적이고 효과적으로 통합돼야 한다.” 새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이른바 ‘화학적 통합’을 강하게 주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의 후속작업인 직제개편을 둘러싸고 통폐합 부처 간 ‘제 밥그릇 챙기기’에 대한 불만과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다. 일부 부처의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부 직제개편이 기존 정책과 인력까지 완전 혼합되는 방향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 내정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 워크숍’ 마무리 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당선인은 “지금 기능을 합쳐서 만들어진 부서들이 자기 기능에 따라 하부조직을 만들 경우 화학적 융합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금 우리는 그렇게 통폐합하자는 게 아니다. 단순히 부서를 줄이는 게 아니라 기능적으로 효과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줄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직개편이 의도한 합병 시너지를 낳기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각 부처 간 소위 ‘내 식구(하부조직) 만들기’를 꼽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당선인은 국내 금융권 합병을 언급하며 ‘화학적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한은행(신한+조흥), 우리은행(상업+한일), 국민은행(주택+국민), 하나은행(서울+하나) 등 민간 부문의 합병 사례을 떠올린 듯 이 당선인은 “금융기관들도 사실상 통폐합한 뒤 (분리된 상황이) 오래 가는 것을 봤다”며 “이는 모든 조직이 하부에 가면 상당히 오랜 기간 그대로 (방치)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들 은행 간 합병은 늘 노조 간 갈등, 기업문화의 충돌 등 ‘물리적 합병’의 내면에서 크고 작은 내홍이 끊이지를 않았다. 이 당선인은 이 같은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부처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바로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되는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해 이 당선인은 “교육부와 과기부가 따로 하는 형태가 아니고 그냥 화학적 통합이 될 수 있도록 (직제개편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아마 그대로 두면 각 부처가 그런 식으로 기구(하부조직)를 확대해서 만들 염려가 있다”며 통합 후 두 부처 간 조직개편 ‘선 긋기’를 사전 경고했다. 이어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정보통신부ㆍ과학기술부 등 여러 부처의 일부 기능이 복잡하게 섞여 출범하게 되는 지식경제부를 지목해 “지식경제부는 더더욱 그럴 염려가 있기 때문에 아주 획기적이고 기능 중심적으로, 또 일시에 융합되는 방향으로 일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식경제부의 경우 산업정책과 에너지라는 큰 조직 부문에 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정책 부문과 과기부의 연구개발 부문까지 아우르며 화학적 통합을 이뤄야 하는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다. 각 부처 간 하부조직 양산 유혹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이 당선인이 예의 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당선인은 “새로 들어오는 장관들께서도 그렇게 방향을 잡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출정을 앞둔 장관 내정자들에게 부여된 ‘화학적 통합’과 ‘조직장악’의 부담을 우회적으로 주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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