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캐나다구스와 창조경제

이수민 생활산업부 기자

 몸을 오리털로 감싸야 하는 추운 계절이 돌아왔다. 몇년 전에는 슈퍼맨처럼 상체가 빵빵해지는 다운점퍼가 한 차례 휩쓸고 가더니 이제는 물 건너 온 다운점퍼가 대세라고 한다. 백화점에서 제 값을 주면 1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입 패딩 '캐나다구스' 얘기다.

 영하권의 날씨로 접어들면서 캐나다구스는 한국의 온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강남 패딩'이라는 애칭이 붙어있지만 지역을 가리지 않을 정도다. '비싼 다운점퍼를 이렇게나 많이 입나' 궁금한 마음에 행인들을 흘깃 봐도 그 제품이 맞는 듯하다. 털이 풍성한 모자, 큼직한 주머니, 북극해를 형상화한 동그란 패치.


 "진짜는 비싸서 짝퉁으로 샀어요." "캐나다구스 패치만 따로 팔더라고요. 입던 야상점퍼에 붙였죠." 길 가던 이들에게 물어보자 이런 대답들이 나온다. 수많은 행인들이 엇비슷한 옷을 입고 있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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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그 옷이 국민 패딩으로 둔갑한 이 황당한 상황은 유행에 휘둘리는 소비자들만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오히려 일부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베끼기가 원인이라고 봐야 맞다. A사는 올 겨울 작정하고 캐나다구스 유사 제품을 시즌 주력제품으로 내놓고 가격을 10~20만원대로 잡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고가의 캐나다구스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A사의 유사제품이 동시에 올 겨울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기묘한 상황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해당 회사에서는 카피제품이 아니라 유행을 따랐을 뿐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는다.

 혹자는 이를 두고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화의류)에 시장을 빼앗기면서 불황을 이기지 못한 국내 패션업체들이 택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이 만의 하나 나중에 상표권 분쟁에 얽히더라도 지금 당장 물건을 팔고 돈을 남겨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유행하니까', '당장 매출이 급해서'라며 나이키, 게스, 닥터마틴의 유사품을 팔아왔다.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새 시장을 열자는 창조경제가 새 정부의 키워드이건만 여전히 현실은 카피제품 천지다. 나만의 제품을 만드는 것, 쉽게 돈이 벌리지는 않겠지만 창조경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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