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제여론 한국에 유리… 北제재 '속도조절'

[5·24 대북제재 이후] 軍,대북전단 살포 유보<br>안보리 수순 앞서 北 자극 자제<br>긴장완화 전제돼야 中 공조 가능<br>개성공단 입주 기업 요청도 한몫

정부가 30일 전단(삐라) 살포 및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연기하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리전 재개는 북한군의 사상적 동요를 유발하는 등 북한의 체제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제재의 파급 효과가 가장 큰 방안으로 꼽혀 왔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한국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천안함 국면을 감안해 대북 대응의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24일 천안함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를 발표하면서 "대북 심리전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부 구상에는 전단지 작전,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확성기 설치, FM 라디오 방송 등 2004년 6월 이후 중단됐던 심리전 수단들이 총망라됐다. 의지도 단호했다. 김 장관은 북한이 심리전 재개 발표 이후 즉각 무력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자 "자위권을 발동하겠다" "(북한이) 사격할 경우 교전규칙에 따라 비례성의 원칙을 적용해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보복 방침을 분명히 했다. 실제 2개의 FM 채널을 이용한 라디오 방송은 24일 당일부터 전파를 탔다. 군 당국은 그 동안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시점을 미뤄왔던 것도 "(전단을 날려 보낼) 기상 여건이 맞지 않고, (확성기 등을 설치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정부 방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렇듯 강경 입장을 유지하던 정부가 이날 돌연 대북 심리전 연기를 결정한 데에는 우선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외교 지형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주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발송하기로 하는 등 국제사회를 활용한 천안함 외교전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천안함 사태의 조사결과를 중시하겠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굳이 북한을 자극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북한은 "(확성기) 조준 격파사격"(24일 인민군 중부전선지구사령관)을 거론하는 등 심리전 재개에 유독 극렬히 반발하고 있어 남북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대북 소식통은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작은 성의를 표시한 중국을 적극적인 국제 공조의 틀로 끌어들이려면 한반도의 긴장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심리전 유보 조치도 이런 맥락이 감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중단을 우려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불안감도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망설이게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입주기업들은 심리전 재개를 공단 폐쇄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은 이미 26일 "(심리전 재개시)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에서 남측 인원, 차량에 대한 전면 차단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들이 28일 모임을 갖고 정부에 심리전 자제를 호소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위기 의식에서 비롯됐다. 정부 당국자는 "심리전 유보 방침에 따라 북한의 대남 위협 수위가 한 풀 꺾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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